어둠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빛… 현대미술가 박미란 《Pénombre 微光》

기획특집 / 안조영 기자 / 2026-09-28 13:41:10
9월 16~30일 목포 성옥문화재단 별관 갤러리… 옻칠과 나전의 물성으로 빛과 깊이를 탐구

현대미술가 박미란의 초대전 《Pénombre 微光(페농브르)》이 2026년 9월 16일부터 30일까지 전남 목포 성옥문화재단 별관 갤러리에서 열린다.
박미란은 옻칠과 나전, 도자 등 전통적인 재료와 기법을 동시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해 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빛과 어둠, 표면과 깊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탐구한 최근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프랑스어 ‘Pénombre’는 완전한 어둠도, 환한 빛도 아닌 어스름의 상태를 의미한다. 여기에 희미한 빛을 뜻하는 ‘微光’을 더했다. 작가는 강렬하게 드러나는 빛보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빛에 주목한다.
박미란의 화면에서 빛은 단순히 그려진 대상이 아니다. 여러 차례 쌓이고 다듬어진 옻칠의 층과 나전의 미세한 반사가 관람자의 위치와 시선, 주변의 빛에 따라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들어낸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와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화면의 깊이가 달라지고, 보는 각도에 따라 감춰져 있던 빛이 나타났다 다시 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 반복해 쌓고 기다려야 하는 옻칠의 제작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박미란에게 옻칠은 전통공예의 재료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간과 흔적을 축적하고, 빛을 화면의 안쪽에 머물게 하는 회화적 매체다.
이번 전시의 주요 연작인 **〈The Radiance Beneath〉**와 〈The Radiance Within〉 역시 이러한 태도를 보여준다. 빛은 화면 위에 직접 제시되기보다 겹겹의 표면 아래에서 감지된다. 점과 흔적들은 하나의 형상을 이루다가 다시 흩어지고, 명확한 재현에서 벗어난 화면은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으로 열린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풍경 작업에는 작가와 목포, 그리고 성옥문화재단과의 개인적인 기억도 담겨 있다. 과거 이곳을 방문했을 때 마주했던 정원과 건축, 빛의 인상이 시간이 흐른 뒤 새로운 화면으로 되돌아왔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새로운 장소에서 시작된 전시인 동시에 오래전의 기억이 현재의 작업과 다시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박미란의 《Pénombre 微光》은 전통 재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옻칠과 나전이라는 오래된 물성을 통해 오늘의 회화가 빛과 시간, 기억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를 묻는다.
화면 아래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미광(微光)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관람자가 머무르고 바라보는 시간만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느린 발견의 순간이 이번 전시가 관람객에게 건네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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