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가문비나무 기후변화로 죽어간다

기후변화 / 이재철 기자 / 2020-04-06 08:19:19
대표적 서식처 지리산 뿌리 뽑힘 부러짐 심각

[에너지단열경제]이재철 기자

지난달 녹색연합이 지리산 중봉에서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가문비나무 고사목을 측정하고 있다./녹색연합 제공 

 

백두대간 고산침엽수를 대표하는 가문비나무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생육 환경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달 23~25일 남한의 대표적인 가문비나무 서식지인 지리산을 현장 조사한 결과 수령이 30~50년 이상 된 나무들에서 집단 고사의 신호인 뿌리 뽑힘과 부러짐이 심각했다고 5일 밝혔다.
가문비나무는 아고산대(해발 1천500∼2천500m 지대로 고산대와 저산대 사이의 식물 수직 분포대) 침엽수 중 유일하게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서식하는 나무다.
국제멸종 위기 적색목록 관심종으로도 지정돼 있다.
남한에서는 지리산 외에도 덕유산, 설악산, 계방산에 서식하며 나머지 지역의 가문비나무 집단 군락이 점차 사라져 현재 지리산 반야봉 일대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은 가문비나무의 고사 원인에 대해 겨울철과 봄철 강수량이 줄고 여름철에는 폭염·강풍으로 생육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리산 천왕봉 중봉과 반야봉 등 해발 1600∼1900m 아고산지대는 겨울철 내린 폭설이 5월 초순까지 잔설로 남아 수분 공급원 역할을 한다.
최근 5년 이래 적설량이 급격히 줄었다.
조사기간 지리산 반야봉과 중봉 일대 북사면 일부에서만 30㎝의 잔설만 확인됐을뿐 주 능선과 남사면은 눈이 거의 없었다.
기후 위기의 복합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돼 가문비나무가 허약해져 있다가 부러지거나 강풍에 넘어졌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가문비나무는 집단 고사가 본격화될 때 부러지는 경우가 흔하다"며 "기후 위기로 가문비나무가 남한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공원에 상시 기후 변화 모니터링 센터를 설치해야 할 것"이라며 "가문비나무 고사가 침엽수 전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산림 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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