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태풍이 발생하는 시뮬레이션 그림/제공 IBS
악셀 티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단장 연구팀은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 했다.
결과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3등급 이상인 ‘강’ 등급의 태풍이 50% 증가하고 약한 태풍 발생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태풍과 허리케인 같은 열대저기압은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경제적으로도 피해가 큰 기상재해 중 하나다.
매년 수백만 명이 피해를 보는 열대저기압은 최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며 더 강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가 역대 최고치인 410.5ppm을 기록하는 등 지구온난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열대저기압 발생과 세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기와 해양을 각각 25km와 10km 격자로 나눈 초고해상도 기후모형을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태풍과 강수 같은 소규모 기상 및 기후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이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행된 미래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연구 중 가장 간격이 조밀하다. 만들어지는 데이터만 2000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기후모형 시뮬레이션 연구는 주로 격자 간격이 약 100km 이상으로 큰 저해상도 기후모형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열대저기압과 같은 작은 규모의 대기와 해양 간 상호작용이 상세히 시뮬레이션 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1초에 1430조번 연산이 가능한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이용해 기후변화를 시뮬레이션 했다.
현재기후에서의 인도-태평양 지역 태풍 발생 및 경로(위)와 이산화탄소 농도 2배 증가에 따른 태풍 발생 밀도 변화(아래)./제공 IBS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2배 증가하면 적도 및 아열대 지역에서의 대기 상층이 하층보다 더욱 빠르게 가열되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에 있던 대규모 상승 기류(해들리 순환)를 약화시키고, 이로 인해 열대저기압의 발생빈도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대기 중 수증기와 에너지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태풍이 한 번 발생하면 3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약 50%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산화탄소가 현재보다 4배 증가해도 열대저기압의 발생빈도는 2배 증가했을 때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열대저기압의 강수량은 계속 늘어 지금보다 약 3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인류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노력 없이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21세기 말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약 2배가 넘는 940ppm이 된다.
이 경우 전 지구 기온은 4.8도가 오르고 한반도 기온은 약 6도 오르게 된다.
여기에 더욱 강력한 태풍이 덮치면서 기후재난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순선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예측된 미래 열대저기압 변화는 최근 30년간 기후 관측 자료에서 발견된 추세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지구 온난화가 이미 현재 기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말했다.
티머만 단장은 “지구온난화가 열대저기압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는 더욱 복잡한 과정이 얽혀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미래에 열대저기압 상륙으로 해안 지대의 극한 홍수 위험이 높아짐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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