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에너지 생산 실증 위해 우리나라 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7개국 공동 참여
[에너지단열경제]이재철 기자
ITER 주장치 주요 부품/제공=핵융합연구소
우리나라가 ‘땅 위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융합 장치의 본격적인 조립을 위해 핵심인 ‘진공용기 섹터 6번’과 ‘열차폐체’를 개발·제작해 현지에 조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28일 프랑스 ITER 국제기구에서 개최된 ‘장치조립 착수 기념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장치 조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ITER는 핵융합에너지 대량 생산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해 EU,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공동으로 개발·건설·운영하는 실험로이다.
건설비용의 45%는 유럽연합(EU)이 부담하며 다른 6개국은 각각 9%씩 분담하고 있다.
ITER의 핵심 목표는 핵융합을 지구상에서 실현할 온도인 섭씨 1억5000만도를 달성해 1차적으로 400초, 궁극적으로는 1000초를 유지하는 것이다.
주로 물을 원료로 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에너지로 발생 원리가 태양과 같다고 해서 ‘인공태양’이라고도 부른다.
욕조 반 분량(35리터)의 바닷물에서 추출한 중수소(1g)와 노트북 1대에 장착된 배터리 속 리튬량 정도에서 추출한 삼중수소(1.5g)를 결합해 생산한 핵융합에너지는 한 가정에서 80년간(월 300kWh 소비 기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핵융합장치 조립동 내부/제공=ITER기구
핵융합발전은 폭발 위험이 없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ITER는 10년 이상 설계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했으며, 완공 후 2040년경까지 실험·운영한다.
오는 2050년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ITER의 조립 단계 착수는 최근 몇 달 간 참여국들이 각자 맡은 핵심 부품들을 개발, 조달하면서 가능해졌다.
우리나라는 ITER 건설을 위해 책임지고 있는 9개 품목 중 핵융합 장치의 핵심인 ‘진공용기 섹터 6번’과 ‘열차폐체’를 개발·제작해 현지에 조달했다.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고온·고압에 의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를 발생·유지할 수 있는 고진공 환경을 만든다.
여기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생성된 중성자의 열에너지가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 증기가 터빈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나라가 제공한 진공용기 섹터 6번(11.3m, 폭 6.6m, 무게 400톤(t))은 ITER 한국사업단과 현대중공업이 지난 10여 년 간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며 완성했다.
이는 진공용기 조립 설치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최초 섹터이자 전체 조립의 기준점이 된다.
이를 통해 주장치 조립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일본과 유럽이 제작한 초전도자석 'TF코일’, 인도의 ‘저온 용기', 유럽의 ‘PF코일’ 등 핵융합 장치 관련 부품들도 속속 현지에 도착함으로써 하반기부터 이들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게 된다.
ITER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핵융합연 유석재 소장은 “진공용기, 초전도자석 등 수백 톤의 대형·고중량 구조물들은 최종 조립·설치하는 공정은 수mm 단위의 세밀한 조립공차가 요구되는 등 매우 까다롭다”며 “과학·기술적으로 최고 난이도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융합연에 따르면 조립은 우선 9개로 나뉘어진 진공용기 섹터에 TF자석, 열차폐체를 결합하고 이 섹터를 서로 합쳐 완성한다.
최종 조립 시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로 높이 13.8m, 외경 20m, 총 무게 5000톤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가열장치, 극저온 냉동시설, 연료 주기 등 보조시스템 설치도 함께 이뤄진다.
조립 완료까지는 약 4년 반이 소요될 예정이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1988년에 처음 논의가 시작된 ITER 건설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며 “핵융합 에너지가 인류의 가시권 안에 들어왔음을 전세계에 알리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또 "ITER 장치 조립에 한국의 역할이 거의 80%에 달할 정도로,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섹터부 조립장비 조감도
이날 착수 기념식엔 문재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으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등 회원국 정상급 인사들이 영상·서면 인사를 통해 ITER 과학·기술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영상축사에서 "우리는 지구를 지켜내기 위해 ‘미래 에너지’라는 꿈을 꾸었고 우리의 꿈은 세계가 함께 핵융합 인공 태양을 만드는 사상 최대의 국제 과학기술 프로젝트 ‘ITER’를 낳았다"며 "수많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오늘 장치조립 단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ITER를 중심으로 7개 회원국이 함께 지혜를 모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베르나 비고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은 “부품 하나하나를 3차원 퍼즐 하듯 조립하는 앞으로의 공정은 스위스 시계처럼 정확하게 수행되어야 한다”며 “핵융합 발전이 보편화 되면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청정에너지만을 사용하게 되는 것으로, 우리 지구를 위한 기적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ITER를 이루는 9개 주요 장치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국내 110여개 산업체가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ITER 국제기구 및 타 회원국으로부터 누적 6180억원(2007~2020년, 136건)의 ITER 조달품 수주 성과를 거뒀다.
이는 그동안 한국이 ITER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분담금 총액(약 3723억)을 넘어선 규모다.
이번 사업에는 이경수 전 사무차장(기술총괄), 김근경 건설부문장 등 한국 과학자 51명이 ITER 국제기구에서 장치 건설 총괄 등의 중책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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