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C 연소 시 호흡 장애 일으키는 염화수소 가스 발생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 우레탄폼으로 인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화재 시 유독가스를 방출하는 PVC 제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건물 화재 시 불길 확산 속도 등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창호와 대다수 건축물의 바닥재로 사용되고 있는 PVC 제품에 대해서는 안전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PVC 외벽 창호 논란은 지난 2018년 `건축물 창호의 화재안전 기준 개선 방안` 국회 세미나를 통해 크게 불거졌다.
당시 연구팀은 아파트, 고층 빌딩 화재 시 건물 개구부에 설치되는 가연성 소재의 PVC 외벽 창호(창틀)가 불에 타면서 건물 외부 및 상층부로 화재 확산을 키운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PVC창호는 가열된 지 약 15분 내외에서 창틀 자체가 파괴, 탈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시험 종료 이후에도 화재가 지속되는 현상을 보였다”며 “화재의 확산이 화염에 창틀이 먼저 변형·탈락되고 이어 유리의 파손이 일어나는 것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공동주택·고층건축물의 경우 개구부(창호 등 건축물의 외벽·칸막이벽의 개폐공간)를 통한 수직적 화재 확산 위험이 높으므로 창틀의 내화성능 및 방화성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화재확산의 가능성은 증대될 것"이라며 "창틀의 재질에 대해 내화성능을 보유한 재질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적 기준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영진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와 백동현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창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VC창호와 알루미늄 창호에 대해 난연성능평가실험 및 건축물의 비내력벽에 대한 내화성능 시험(SBI, Single Burning Items) 기준에 따라 축소모형을 통한 개구분출화염 실험결과, 개구부(창호 등 건축물 외벽과 칸막이벽의 개폐공간)의 불꽃과 열기에 창호가 견디지 못해 불이 건물 위층으로 확산된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하우시스, KCC, 한화L&C 등 국내 대형 PVC 창호 생산업계는 PVC 창호 자체가 난연성 재질이고, 불이 붙으면 스스로 꺼지는 자기 소화성도 있다는 반론을 냈다.
454℃ 이상의 온도에서 불이 붙고, 불에 타기 위해 필요한 최저 산소 농도인 산소지수도 45∼49라고 밝혔다.
산소지수가 27 이상이면 극단적 조건에서만 불이 붙는다는 의미다.
유독가스 문제도 PVC 창호의 경우 방재시험연구원의 KSF2271(건축재료의 가스유해성 시험 방법) 시험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PVC 소재의 분자결합 구조상 화재 때 인체에 치명적 유독가스인 시안화수소(HCN)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가스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도 낮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비록 PVC의 발화온도가 약 454℃로 높아 불이 붙을 위험성은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연소가 지속되면 불이 옮겨 붙을 위험성은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창호의 70% 이상이 PVC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자재 업체에서 PVC 창호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은 PVC 바닥재가 훨씬 크다.
국내에서는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점유율이 50% 이하로 하락했지만 친환경 가소제 적용 홍보와 시공의 편의 등에 힘입어 다시 회복했다.
특히 주택용에도 널리 쓰이고 있지만 상가나 병원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사용되는 상업용 바닥재의 경우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PVC 바닥재는 단가가 목질 바닥재의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고 시공이 간편하다.
열전도율이 낮고 물과 습기에 강하며 오염될 확률도 낮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화재에 취약하며 창호가 발화점이 높아 그나마 난연성을 갖추었으나 바닥재는 발화점이 높지 않아 일반 화재 시 금방 불이 붙으면서 유독가스를 방출해 인명피해를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PVC가 불에 타면서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염화수소는 소량을 흡입하더라도 눈, 코, 목의 점막을 파괴하고 다량 흡입하면 폐에 염증을 일으켜 호흡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또 PVC는 가열 시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호르몬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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