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신 패러다임 ‘셰일가스’ ❶ 석유 전쟁 안 무서운 미국

기획특집 / 김슬기 / 2019-04-05 11:51:33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강국된 美
2020년부터 원유·천연가스 수출액 수입액 초과
국제유가 흔들던 OPEC ‘종이 호랑이’ 전락
파쇄공법 적용, 우수한 인프라 등이 원동력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 기술적 제약으로 오랫동안 채굴이 이뤄지지 못하다 2000년대 들어 수평정시추 기법 등이 상용화되며 신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한 에너지가 있다. 탄화수소가 풍부한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로 더 깊은 지하로부터 추출되는 ‘셰일가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셰일가스가 2010년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막대한 매장량 덕분이다. 향후 60년, 10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양에다 중동산 석유보다 가격도 저렴해 우수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지만 특히 중국,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에 많은 셰일가스 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일가스는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다. 셰일 원유와 가스가 원유 대체재 역할을 하면서 판도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15년 전만 해도 석유와 천연가스 부족으로 시름을 앓았던 미국이 현재 에너지 강국으로 급부상한 것은 셰일가스의 추출 덕분이다. 작년 미국은 하루 평균 1,090만 배럴 전후의 원유를 생산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이 됐다.

미국 텍사스주의 주요 셰일석유 산지인 퍼미안 분지에 세워진 시추탑/ 연합뉴스 제공

◆  美 ‘셰일 혁명’…에너지 독립 실현했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통해 셰일가스 산업 육성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미래를 내다본 바 있다.

실제로 현재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미국 영향력은 매우 막대해진 상황이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 및 수출량이 크게 늘면서 원유 카르텔을 형성해왔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입지가 흔들릴 정도다.

셰일 혁명 영향으로 수출 증대 등의 효과를 거둔 미국은 2020년부터 원유·천연가스 수출액이 수입액을 초과하는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국제에너지기구(EIA)는 2022년부터 에너지 순수출국이 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이를 2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미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이상으로 전년보다 70% 이상 급증했다. 특히 최근 4주간 미국의 석유 수출은 하루 평균 300만 배럴을 넘어 중동의 석유 강국인 쿠웨이트를 능가했다.

더불어 EIA는 셰일오일로 원유 생산량이 오는 2027년까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EIA는 2024년까지의 중기 석유수급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비OPEC의 공급량은 하루 평균 610만 배럴 수준으로 이 중 미국 석유 생산량은 2018년 하루 평균 1548만 배럴에서 2024년 1956만 배럴로 증가해 비OPEC 공급 중가분의 67%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나 미국 텍사스주의 셰일오일 생산지로 유명한 퍼미안 분지에서 생산량이 2018년 대비 2024년 하루 평균 293만 배럴이나 증가해 전체 원유 생산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셰일오일 생산량과 비중의 증가는 OPEC의 입지를 위축시킬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 카르텔인 OPEC은 그간 산유량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를 조절해왔다. 시장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 효과가 미국 셰일오일 생산 증가로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수하일 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장관, 무함마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왼쪽부터)UAE 아부다비에서 석유 감산과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이 OPEC의 감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것도 현재 에너지 시장에서의 미국 위상을 잘 보여주는 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유가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며 “OPEC은 진정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른 미국에 대해 우리 기업 역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다. 국내 정유사 SK이노베이션도 작년 미국 셰일 개발업체 롱펠로우社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개발사업 확장에 나섰다. SK는 지난 2014년부터 미국에서 하루 2500배럴의 셰일오일을 생산 중에 있다.

 

◆  원유시장 ‘쥐락펴락’ 비결
2000년부터 Barnett 세일에서 셰일가스의 시험 생산을 시작한 미국은 과거 개발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수평정과 연계한 수압 파쇄공법 적용에 성공하고 셰일가스의 다량 생산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셰일 붐’의 원동력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나 미국은 인프라, 지질학적 정보, 법적 특수성으로 여타 국가와는 차별화된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도 개발 성공의 원인으로 꼽힌다.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에 매장돼 있는 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 미국이다. 토지 주인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나 천연가스에 대한 권리를 모두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셰일 자원 개발 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에도 이해관계를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토 내에 매장된 탄화수소 자원이 국가로 귀속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지역 사회와의 마찰을 피하기가 힘들다.

또한 미국은 지난 150년간 축적한 지질학적 데이터베이스가 상당히 우수해 셰일 자원 개발 당시에도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더불어 과거의 오일·가스전 개발로 파이프라인 인프라가 기존에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셰일 붐’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외에도 수평시추법이나 수압파쇄법에 대한 대부분의 핵심 기술이 미국 소재 기업들에게 있었던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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