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시중 은행들, 수신금리 검토 들어가…“시기와 폭은 미정”
연내 한은의 추가 인하 단행 ‘가시권’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국내 경기 부진과 일본 수출 규제 등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3년 만에 연 1.75%에서 1.50% 낮춤에 따라 시중 은행들 역시 분주한 상태다. 다만 이번 인하 조치가 전격 단행임에 따라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의 처방이 경기부양의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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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 한은, 기준금리 0.25%p 깜짝 인하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오전 통화 정책 방향 결정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p 내렸다. 인하는 지난 2016년 6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소비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돼 인하 조치를 했다는 게 한은이 설명한 배경이다.
더불어 일본 수출 규제 역시 이번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일 간 교역 규모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볼 때 수출 규제 확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라고 언급했다.
또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점과 글로벌 제조업 경기 등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지속 등이 금리 인하 단행을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인하 시점을 8월로 전망해왔다. 금리를 내릴 필요성은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보다 선제적으로 낮추기엔 부담스러울 것으로 봤기 때문.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금융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금리 인하 시기뿐 아니라 같은 날 발표한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2.5%→2.2%)도 시장의 예상보다 컸다.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3%포인트 내린 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던 지난 2015년 4월(3.4%→3.1%) 이후 4년 3개월 만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해 “(한은 전망치가) 2.3%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정부는 앞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했다.
◆ ‘분주해진 은행들’…“금리 인하 시기·폭은 미정”
한은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함에 따라 시중 은행들 역시 분주해졌다. 다만 갑작스러운 조치에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일정이 나온 게 없다”며 “예전을 돌이켜봤을 시 통상 빨라야 (기준금리 변동 후) 1주 아니면 2주 내 변동이 생기는데 이번에 전격 인하가 되다 보니 현재로선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신 상품 라인업이 많은데 그것을 다 같이 조정하는 작업이라서 검토 단계나 내부적으로 승인을 해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하루 만에 조치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인하 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작년 11월에 있었던(기준금리) 인상 때에도 (기준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만큼 전체 수신금리를 동일하게 옮겼었는데 인하는 인하에 대한 (예금) 고객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검토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며 “(기준금리) 인하 폭 만큼 인하할지는 내부적으로 더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 역시 <에너지단열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에는 계획이 없다”며 “다음 주에도 수신금리 협의체 회의를 거쳐야 결정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수신금리 인하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시기는 미정인 상태로 알려졌다.
향후 수신금리가 인하되면 그만큼 대출금리도 떨어질 예정이다. 다만 대출금리는 대부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과 연동돼 있기에 하락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수신상품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을 일컫는다.
시중은행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 단행에 앞서 1년제 정기예금 금리를 연 1%대까지 떨어뜨린 바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7일 정기예금 상품 3종에 대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인하했고 ‘N플러스 정기예금’의 1년제 기본금리를 연 2.05%에서 연 1.80%로 0.25%포인트 낮췄다. ‘e-플러스 정기예금’의 1년제 기본금리(만기일시) 역시 연 2.0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내렸고, ‘369 정기예금’의 1년제 기본금리도 0.2%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6월 ‘위비SUPER주거래예금2’의 확정금리형 1년제 기본금리를 연 2.0%에서 연 1.90%로 내렸다. 신한은행의 대표 비대면 상품인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제 적용금리는 6월 초 연 1.89% 수준이었지만 최근 연 1.73%까지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은 대표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의 1년제 적용금리를 연 1.84% 수준에서 최근 연 1.75%로 낮췄다.
◆ 한은의 금리 추가인하 ‘가시권’
현재 시장의 관심은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한은이 만약 한 번 더 금리를 내리면 기준금리는 연 1.25%로 사상 초저금리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 여력이 축소됐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기준금리 인하 마지노선)’에 근접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며 “한은이 어느 정도의 정책 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경기부양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로 판단된다. 이 총재도 “최근 세계 경기 둔화 원인은 공급 측면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가 과거보다는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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