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 기업들 너 나 할 것 없이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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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모하메드 알 하마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에너지공사(ENEC) 사장이 'UAE의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의 역사와 추진현황'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한국 원자력이 60돌을 맞이했지만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올해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선 원자력발전의 필요성과 우수성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 ‘2019한국원자력연차대회’…한국 원전 기술 세계서도 ‘인정’
지난 21일부터 22일 양일 간 제주 서귀포시에서 ‘2019한국원자력연차대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모하메드 알-하마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에너지공사(ENEC) 사장은 “전 세계 에너지산업의 탈탄소화(Decarbonization) 정책에 원자력 에너지가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원자력은 청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탈탄소화 노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차세대 원전인 ‘APR1400’(신형경수로1400)을 언급했다.
알-하마디 사장은 “APR1400 기술을 받아들여 바라카 원전 1호기를 건설했고, 실제 운영을 앞두고 있다”며 “한국은 지난 60년간 이룩한 훌륭한 원전 기술을 통해 UAE의 탈탄소화를 함께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한수원은 APR1400이 미국 연방관보에 실리며 현지 최종 설계인증을 위한 법제화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현재 NRC 설계인증이 유효한 노형은 AP1000 등 미국 노형뿐으로 이것을 제외하면 한국의 APR1400이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코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가 수출하고 있는 APR 시리즈가 2017년 EUR을 통과했고 작년 9월 달엔 미국 NRC로부터 DC를 받았다“며 ”전 세계에서 양쪽에 동시에 인증과 심사를 통과한 국가는 우리나라 원자로 하나 뿐이고 NRC로부터 DC를 받은 나라는 미국 자국 외에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국의 원자력 기술 우수성을 설명했다. 지난 2017년 유럽 수출 모델인 EU-APR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고, 지난해 10월에는 APR1400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받은 바 있다.
◆ 脫원전에 국내 산업은 ‘생태계 붕괴’ 직전
행사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데니스 무라브예프(Denis Muravyev) 러시아원자력공사 테넥스코리아 대표는 “다음 세대의 소중한 미래 기술을 훔치는 짓”이라며 “원전이 위험하다는 일부 의견은 마치 ‘운전하면 사람을 칠 수 있어 위험하니 운전을 하지 말라’는 논리와 같다”고 질타했다.
김명현 한국원자력학회장도 “원자력은 없어져야할 대상이 아니다”며 “지난 60년 동안 이룩한 대한민국의 원자력산업은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이제 그 결실을 수확하는 시기지만 에너지전환이라는 큰 파도를 맞으며 주춤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마리아 코르스닉 미국원자력협회(NEI) 회장은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고 복원력이 강하며 24시간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라며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원자력발전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을 골자로 한 ‘에너지전환’ 정책이 현 정부 들어 추진되면서 국내 원전업계는 현재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기업들도 탈원전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제공한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작년 10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과 비교해 9600억 원 이상이 감소했고,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보다는 2조5000억 원이 넘게 줄었다.
작년 원전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적자를 낸 가장 큰 배경으로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안정성을 이유로 원전 비중을 점차 줄여 궁극적으로 제로에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80% 안팎으로 유지된 수치는 작년 65.9%까지 급감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의 동반 하락 등 다수의 부정적 요인도 도출되고 있다. 카이스트 정용훈 원자력양자공학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국내 탈원전 상황으로 한수원뿐 아니라 한전도 적자 및 신인도 하락에 처했다”며 “공급망 붕괴 시작, 고급인력 이직 시작 등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강조했다.
특히 정부 탈원전 선언으로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국내 산업의 생태계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정범진 교수는 통화에서 “정부가 생태계의 급격한 붕괴를 막아야 한다”며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가 2020년 완공되면 창원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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