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효과와 먼로효과, 자연을 거슬린 건물의 자연재해

경제 / 이승범 기자 / 2020-01-15 14:07:34
엘시티 엘리베이터 고장, 세종시 화재 굴뚝효과
건물간 난기류, 먼로효과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최근 입주를 시작한 부산 해운대 초고층(85층) 아파트인 엘시티 타워동의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수동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들어선 최신 고층 아파트들에서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공사측은 "초고층 건물 입주 초기에는 굴뚝현상이 발생 한다"며 "이사를 하면서 문을 열고 닫고 하면서 공기가 갇히고 풍압이 발생해 문이 안 닫힐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에 비해 엘시티처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굴뚝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만큼 강풍이 불거나 내외부의 온도차가 심할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세종시에서 공사 중인 주상복합 아파트의 화재로 인해 굴뚝효과의 무서움을 보여주었듯이 화재 시 큰 재난도 우려되고 있다.
지하 주차장 부근에서 발화된 불은 각 고층 건물이 지하로 연결된 만큼 바람이 지하로부터 유입되면서 급속하게 건물 상층부로 순식간에 번졌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굴뚝을 통해 순식간에 연기가 빠져 나가듯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통로를 통해 불이 번지게 된 것이다.
당시 입주 전이라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비상 탈출구로 쓰여 질 계단을 통해 굴뚝효과에 의한 화재가 커졌다는 점에서 고층 주상복합건물의 안전에 경각심을 주었다.
굴뚝효과란 고층 건물 내부와 외부에서 발생하는 온도차이로 내부 공기가 굴뚝과 같은 긴 통로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엘시티도 강풍이 불고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비교적 따뜻한 실내온도와의 차이가 발생해 엘리베이터가 굴뚝 역할을 하면서 센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층 빌딩으로 인해 바람의 방향이 바뀌며 난기류가 생기는 먼로효과도 있다.
자연을 거슬리며 너무 위로 올라가는 건물 때문에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새로운 자연재해가 생겨난 것만은 틀림없다.

<굴뚝효과(Stack Effect)>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 온도차이로 인해 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건축물 내부의 온도가 바깥보다 높고 밀도가 낮을 때 건물 내의 공기는 부력을 받아 이동하는데, 이를 굴뚝효과 또는 연돌효과라고 한다.
주로 폭에 비해 높이가 높은 실내 공간에서 실내 공기의 온도가 바깥 보다 높은 경우 위쪽에서 공기가 유출하고 아래쪽에서 유입하는 현상이다.
즉, 건물 내부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파이프축 등을 통하여 굴뚝과 같은 원리의 통기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수직 공간 내에서 공기가 움직이는 방향은 온도에 따라 달라지며 내부온도가 외부온도보다 높으면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흐르고 반대가 되면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흐른다.
건축물 바깥 공기가 실내의 공기보다 높을 때는 건물 내에서 공기가 위에서 아래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하향 공기흐름을 역굴뚝효과라고 한다.
굴뚝효과는 친환경 건물 등에 많이 이용된다.
대표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합천 해인사 장경판고가 있다.
목판인쇄물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곳으로 외형적으로는 허술하지만 굴뚝효과를 제대로 이용해 지금도 잘 보존시키고 있다.

<먼로 효과(Monroe effect)>


1950년대 세계적인 섹스 심벌로 불린 미국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의 영화 속 장면에서 유래한 용어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기통에서 올라오는 바람 때문에 마릴린 먼로의 스커트가 위로 치솟자 황급히 손으로 가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연상해 대도시에서 바람이 없는 날에도 고층 빌딩 아래에서 발생하는 난기류 때문에 여성의 스커트가 갑자기 뒤집히는 경우를 미국에서 먼로 효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즉, 먼로효과는 도심의 건물 사이에서 생기는 난기류의 일종으로 고층 건물이 난립한 데에서 생겨나는 특이한 기류의 소용돌이 현상을 말한다.
바람의 속성인 수평 진행을 건물이 막아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길과 모퉁이 등지에서 잘 발생한다.
먼로효과로 인해 심한 난기류가 덮쳐 사람이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건물에 부착된 간판이나 주변의 물건들이 날려 사람과 건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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