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많은’ 무제한 요금제로 시민 불편 초래
경실련 등 시민단체, 과장 광고로 엄연히 ‘불법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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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제공 |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 5G 시대가 개막된 지 일주일도 안 돼 몸살을 앓고 있다.
속도와 용량 제한 없이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던 5세대 이동통신 무제한 요금제가 실상은 제약 있는 ‘반쪽짜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 연속 50GB 초과 땐 이용에 지장이 있는 등 현재 시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상당한 상태다.
이에 대해 현재 시민단체들은 단순한 불만 사항을 넘어 불법 행위로 여기고 공정위 신고 등 강력히 규탄에 나설 방침이다.
◆ ‘콘텐츠 2편 보면 느려진다’…제약 문구는 ‘깨알’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무제한 5G 요금제 약관에 사용 제한이 있는 조항이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해당 요금제는 속도 제한이 없이 5G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기본데이터가 소진되면 1Mbps, 5Mbps 등으로 속도가 제한되는 5만~7만 원대의 요금제와 달리 제약이 전혀 없는 5G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초고화질(UHD),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KT박현진 5G 사업본부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러 콘텐츠를 시연한 결과 LTE와 비교해 음악은 9배, 영상은 30배, 영상통화는 10배까지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기에 걸맞은 요금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정량을 사용할 때 속도제어가 있다고 하면 그건 5G답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플러스 측 역시 지난 4일 “데이터 완전 무제한과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하며 업계 요금제 지도력을 확보했다며 ”올 연말까지 매월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양 사 이용약관을 보면 깨알 같은 글씨가 기재돼 있다.
LG유플러스는 ‘2일 연속 일 50GB의 데이터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해지 또는 데이터 속도제어, 차단 등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항목을 포함시켰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도 과용량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제약을 한다는 것이다.
KT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틀 연속 53GB에 제한을 두며 이를 초과해 사용할 시 최대 1Mbps로 데이터 속도제어를 적용하고 이용제한, 차단 또는 해지될 수 있다는 단서를 넣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보도자료, 홍보문구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이런 제약이라면 가입자의 대다수가 많은 불편함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1Mbps는 2G 속도로 메신저나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인데 만약 이용제한이 걸리면 5G 서비스 및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2시간 분량 콘텐츠 2편을 이틀 연속 시청하면 일 제한에 결려 서비스 이용이 힘들다. 초고화질(UHD) 영상과 가상현실(VR) 등 5G 핵심 콘텐츠의 데이터 소모량이 시간당 10∼15GB 수준이기 때문이다.
설령 월초 이틀간 106GB를 사용했다가 속도 제한에 걸리는 경우 5G 데이터 제공량은 사실상 106GB에 불과하게 된다.
이에 대해 논란이 야기되자 KT는 해당 약관 조항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뿔난 시민단체 ”거짓 광고는 명백한 불법 행위“
현재 시민단체들은 이런 이통사들의 무제한 요금제 판매를 단순히 꼼수가 아니라 불법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불편함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비자를 속여 상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불법 행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몇 년 전에도 공정위에서 (관련 내용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던 적이 있다“며 ”그럼에도 똑같은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며 기업 인식 자체가 잘못된 거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이통 3사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우려로 소비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하도록 명령한 바 있다. 데이터ㆍ음성ㆍ문자 사용에 일부 제한을 두고도 ‘무한’이란 표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통 3사는 소비자들에게 1인당 1GB~2GB의 데이터를 보상했었다. 그럼에도 같은 내용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동통신사에 대해 이번엔 어떤 시정 명령이 떨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통화에서 “표시광고법 7조 시정 조치 규정에 의거해 행위 중지 명령, 신문 공표, 정정 광고나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게 한다”며 “만약 (표시광고법 위반이) 입증 된다면 이런 조치가 떨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7조 1항에 해당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어 “당시의 요금제와 5G 요금제를 비교해봐야지 (판결 수위가 더 높아질지) 알 수 있다”며 “광고 내용, 기간, 수단, 파급 효과 등을 비교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이 5G 무제한 요금제와 관련해 과장 광고를 했다고 보고 조만간 공정위에 이런 내용을 신고할 방침이다. 더불어 SKT와 KT, LG유플러스가 유사한 내용의 5G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통신요금을 담합한 부분에 대해서도 규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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