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에너지 효율,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
[에너지단열경제]박장수 기자
연료전지는 연료와 산화제를 전기화학적으로 반응시키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장치다.
1차 전지로 불리는 보통의 전지는 전지 내에 미리 채워놓은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한다.
2차 전지는 리튬 이온 전지와 같이 충전 방전을 반복하여 쓰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계속해서 연료와 산소의 공급을 받아 화학반응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기를 공급함에 따라 3차 전지라 부른다.
산화 전극에서는 연료의 산화가 일어나고, 환원 전극에서는 산소의 환원이 일어나며 전체 반응을 통해 방출되는 에너지가 전기의 형태로 외부에서 활용된다.
에너지 전환효율도 화석에너지원과 비슷하며 크기가 작아도 높은 에너지 효율과 함께 친환경인 만큼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연료 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전지이다.
<연료전지의 원리와 종류>
연료전지는 두 개의 전극과 그 사이에 수소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 막으로 구성된다.
(-)극에 존재하는 수소에서 처음으로 전자가 분리되며 수소는 전해질을 통해 산소가 있는 (+)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분리된 전자의 이동으로 인해 전기가 발생하게 되며 전해질과 전선을 통과한 수소와 전자는 산소와 만나 물이 되고 열을 발생시키게 된다.
즉,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공급하여 대기 중 산소와 전기화학반응에 의해 직접 변환 발전하는 장치다.
연료전지는 일반적인 사용처와 화학적 작동원리에 따라 나눈다.
사용처에 따라서는 가정용, 수송용, 발전용으로 일반 분류한다.
현재 수송용 연료전지가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소전기차를 포함한 선박과 항공 등에서도 인프라 보급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수소산업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통상적인 연료전지는 사용되는 전해질과 작동 온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시동시간) 등에 따라 분류된다.
시동시간이 1초(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부터 10분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까지 있다.
가. 고분자 전해질
수소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고분자 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연료 전지로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작동온도는 80~110°C 범위로 비교적 저온에서 작동되고 구조가 간단하며 빠른 시동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활용 범위가 넓다.
또 여타 연료전지에 비해 출력이 크고 내구성이 좋은데다 수소이외에도 메탄올이나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자동차의 동력원으로서 적합하다
나. 직접 메탄올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연료 전지로서 산화 전극 반응으로 작동 온도는 80-110°C 범위이다.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의 저장 및 휴대가 쉬워 이동형 기기의 전력원으로 활용 범위가 넓다.
다. 알칼리
알칼리 조건에서 산화 반응이 일어나는 연료 전지로서 작동 온도는 60~90°C 범위이다.
연료 전지 중에서 가장 먼저 개발이 되었고, 아폴로 우주선에서 전력원으로 사용된 바 있다.
라. 인산형
인산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연료 전지로서 작동 온도는 160~200°C 범위이다.
인산은 40°C에서 응고되는 특성이 있어 저온에서 초기 시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작동 온도에 이르게 되면 반응의 결과물로 생성되는 물을 증기로 바꾸어 물 또는 공기의 가열에 활용할 수 있다.
마. 용융 탄산염
600~800°C의 고온에서 용융 탄산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연료 전지다.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다른 연료 전지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이 있다.
고온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빨라져 다른 연료 전지에서 활용되는 백금 촉매 대신에 니켈을 촉매로 사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우수하다.
다만 용융 탄산염의 부식성이 높아 내구성 및 수명이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바. 고체 산화물
산소 또는 수소 이온을 투과시킬 수 있는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며, 현재 가장 높은 온도(700~1000℃)에서 작동하는 연료전지이다.
전해질을 포함한 모든 구성 요소가 고체로 이루어져 있고,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백금과 같은 귀금속 이외의 촉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연료전지에 비해서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전해질의 손실 및 보충의 문제와 부식의 문제가 없어서 폐열을 이용하여 열 복합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3세대 연료전지라고 부르며 현재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료전지 역사와 미래>
연료전지는 영국의 판사이자 과학자였던 그로브 경(Sr. William Robert Grove, 1811 –1896)이 처음 만들었다.
그로브는 아연을 묽은 황산에, 백금을 고농도의 질산에 넣어 전극으로 사용하고 전지를 만들었다.
그로브의 전지는 이전에 만든 구리-아연으로 된 전지에 비해 더 높은 전압을 만들어 냈지만 값이 비싼 백금의 사용과 인체에 유해한 질산가스를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는 전지들이 연이어 나왔지만 연료전지가 상용화되는 데는 100여년이 걸렸다.
최초로 상용화된 연료전지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에서 위성과 우주선의 발전기로 사용하면서부터다.
식수와 전기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 후 연료전지는 건물의 비상 발전기에 사용되거나 외딴 지역의 건물용 발전기에 사용이 됐다.
현재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잠수함, 배, 버스, 자동차 등도 만들어지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일반 가정에서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수명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료전지의 경쟁자인 보일러의 수명이 10년 이상인데 반해 연료전지의 경우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제품의 수명은 길어야 5년 정도다.
우리나라도 연료전지 실용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재래식 잠수함의 AIP 시스템, 수소자동차의 일종인 수소연료전지차의 동력원, 전동차의 동력원 등이 오늘날 연료전지가 주로 쓰이고 있는 활용 분야이다.
주거 분야에서는 도시가스를 공급받아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고분자 전해질을 적용한 시스템의 경우 개질기 모듈이 장착된 연료전지가 시판되고 있으며, 사우나, 피트니스 등 난방 온수와 전기를 모두 필요로 하는 곳에 주로 설치되고 있다.
한편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는 그동안 지원제도 미비 등으로 산업성장에 제 속도를 내지 못했던 발전용 연료전지와 가정·건물용 연료전지에 대한 계획도 포함돼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경우 2022년까지 누적 1.5GW, 2040년 15GW를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는 2022년까지 누적 50MW 보급, 2040년 2.1GW를 보급하는 목표다.
<연료전지의 장단점>
장점=고효율 용량 조절 가능, 다양한 연료 사용. 친환경과 계속 충전 가능
단점=수소의 저장 운반 문제, 촉매의 성능 저하, 에너지 전환율과 연료 수급 문제
연료전지의 에너지효율은 통상 40–60%이지만 배출된 열을 사용할 수 있다면 효율이 85%까지 가능하다.
연료전지에서 발생하는 열은 물을 가열하여 난방이나 온수 등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고온에서 작동하는 연료전지의 경우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많으므로 이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별도의 연소과정이 없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다.
다만 종류에 따라서 이산화질소와 같은 다른 화학 배출물을 조금 발생시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수소 폭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소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의 산소와 반응, 즉 폭발하는 농도 범위가 클 때 위험하고 실사용 환경에서는 LPG나 도시가스보다 안전하다.
분자량이 공기보다 커서 바닥으로 가라앉는 LPG와는 달리 가장 가벼운 분자인 수소의 특성상 누출이 되더라도 순식간에 빠져 나간다.
실제 피해를 끼치기 위해서는 폭발하기 위한 최소 농도(4%)까지 쌓여야 하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쉽지 않다.
즉, 연료전지는 효율이 높고, 용량 조절이 가능하며,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고, 배출 물질이 친환경 물질에 가깝고, 계속해서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먼저 배출된 수소의 저장이나 운반의 문제, 촉매의 성능 저하가 있을 수 있고, 연료로 순수물질이 사용되지 않을 경우 전해질이 독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현재는 에너지 전환율뿐만 아니라 연료 수급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수소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는 석유류를 크래킹해서 뽑아낸다.
물에서 뽑아낼 수도 있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수소를 뽑아내서 연료전지에 쓰는 것보다 석유를 화력발전에 돌리는 게 현재는 훨씬 싸다.
수소보다는 생산비가 싼 메탄올 등의 각종 수소화합물들을 수소 대신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료전지에 수소화합물을 공급하고 수소로 변환시켜 연료전지 스택에 공급하는 형식이다.
석유의 주성분이 탄화수소라는 점을 이용해서 수소나 메탄올 대신 그냥 석유를 연료로 쓰는 연료전지도 구상되고 있다.
셰일에서 추출하는 천연가스나 석유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도 연구되고 있다.
수소를 얻을 때 물을 전기분해하는 게 제일 간단하고 쉽지만 투입되는 에너지량 대비 얻는 에너지는 미미하다.
가성비가 낮기 때문에 보통은 천연가스나 도시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 상용 제품에 적용되어있다.
하지만 수소 이외의 연료 사용은 기술적 어려움으로 아직은 상용화가 쉽지 않다.
에를 들어 탄화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반응되지 못한 탄소가 연료전지 전극을 오염시키고 완전 연소되지 못한 탄소에서 생기는 일산화탄소의 부식성이 강해 전극을 부식시킨다.
이 때문에 수소를 대체할 연료로서는 주로 메탄올 등의 알코올 계열 수소화합물이 쓰이고 있으나, 이 역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에 비해서 기계적 구조가 복잡해지기 쉽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배터리(2차 전지)와의 차이>
연료전지와 배터리(2차 전지)는 큰 차이가 있다.
배터리가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라면 연료전지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와 같은 장치이다.
배터리는 그 자체만 가지고 있으면 전력원으로서 사용 가능하지만, 연료전지는 수소나 산소 같은 연료를 내부에 넣어 반응시켜야 전력원으로서 사용 가능하다.
충전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는 배터리와는 달리, 연료전지는 그냥 열기관과 같이 연료만 채워주면 되므로 충전시간이 비교적 빠르다.
또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발생되는 자연 방전이 되는 배터리와는 달리, 연료전지는 분자 크기가 작아 용기 표면으로 누출되는 양을 무시할 수 없는 수소를 제외하면 자연 방전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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