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설 자리 잃어가는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0-04-25 15:25:44
대기업 시장 잠식과 저렴한 사기 제품 유통이 원인
단열재 시장 90% 점유에서 절반으로 떨어져
가짜 제품 색출 위한 기 시공 제품 등 전수 조사 시행해야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발포스티렌 비드법 2종 

 

건실했던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들이 대기업의 시장 진입과 사기 제품 불법 유통으로 도산 위기에 처하는 등 급격하게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내 유기 단열재 시장에서 스티로폼 단열재는 원조격이다.
저렴한 가격에다 단열성이 좋고 시공이 용이해 10여년 전까지 건축 시공의 대세였다.
글라스울 등 무기단열재까지 포함해 한때는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하지만 정부의 가연성 단열재의 사용 규제와 대기업의 유기단열재 시장 잠식으로 인해 급속하게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 단열재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은 우레탄 보드를 앞세운 (주)벽산, 페놀폼 보드의 (주)LG하우시스, 그라스울 등 주로 무기단열재를 생산하는 (주)KCC가 있다.
실제 2019년 기준 스티로폼 단열재는 생산량 기준으로 65% 가량, 매출액 기준으로 50% 가량을 점유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산량으로 30%, 매출로는 절반 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그동안 중소기업이 주도했던 단열재 시장에 자본과 조직을 앞세운 대기업이 진입하면서 급격하게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 업체가 매출이 줄면서 생산 규모를 축소하고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는 정부의 준불연 단열재 사용에 맞추어 준불연 단열재 개발과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신상품 출시 등 살아남기 위해 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인 만큼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상대적으로 대기업의 자본과 조직적인 유통, 홍보에 밀려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스티로폼 업계 전체의 이익은 간과한 채 본인만 살기 위해 저급 원료로 규격에 미달한 가짜 제품을 만들어 싼 값에 유통 시키는 상당수 업체들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격에 맞춘 정상적인 제품보다 많게는 30%, 최소 1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시켜 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막아 버리고 있다.
사기 제품과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싸게 판매해야 하는데 생산 원가 상 한계가 있어 정상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기 제품으로 이용되는 것이 발포스티렌(EPS) 제품 가운데 비드법 2종이다.
일반적으로 하얀 스티로폼으로 알려진 흰색 제품(비드법 1종)과 달리 비드 알갱이에 흑연 및 블랙카본과 같은 특수 원료를 융합해 발포시킨 것으로 흑색을 띠며 단열 성능을 높인 제품이다.
가격은 1종에 비해 비싸지만 열전도율이 낮아 적은 두께의 시공에도 용이하고 불에도 상대적으로 강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기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비드법 1종과 생산 방법이 유사한 것을 악용하고 있다.
흑연 성분이 포함된 2종 비드 알갱이로 발포시키는 것이 아니라, 백색 1종 EPS 원료에 흑색으로 코팅해 발포시키거나 1종 비드법 스티로폼 완제품에 염색 원료를 사용해 흑색으로 둔갑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사기 방법은 발포배수를 조작하는 것이다.
규격 제품은 열전도율, 강도, 흡수율 등 모든 단열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정한 밀도가 유지돼야 한다.
이에 따라 정해진 규정대로 발포배수를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을 어기고 발포배수를 크게 늘려 원가를 확 줄이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적은 원료로 최대한 뻥 튀기듯이 외형상 크기만 맞춰내는 것이다.
당연히 적절한 열전도율과 강도, 흡수율이 나올 수가 없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격 외 또는 사기 제품이 많게는 일반 건축물 현장의 절반 가량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제품만 납품된다면 대기업의 급속한 시장 잠식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고 중소기업 시장을 잠식하는 대기업의 윤리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사기 제품이 범람하는 정화되지 못한 스티로폼 단열재 업계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결국 사기 제품 생산업체 때문에 건실하게 정상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망해가는 현실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업계의 고발과 정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기껏 과태료 부과나 벌금,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다 보니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열재는 에너지를 절감시키는 필수품으로 궁극적으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는 친환경 제품이다“며 ”눈앞의 이익에 멀어 환경과 직결된 제품을 사기로 만든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로 처벌을 엄하게 해 조속히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짜 제품을 색출하기 위해 이미 시공된 제품과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루라도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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