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물 계면에서 물 분자의 수소 결합 구조/IBS 제공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연구단장 연구팀이 그래핀이 두께에 따라 습윤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에서 떼어낸 2차원 물질로 원자 한 개 두께 정도로 매우 얇아 반도체 분야에서 신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표면이 물에 젖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습윤성(wettability)은 친수성에는 비례하고 소수성에는 반비례한다.
다른 증착물질들과 달리 그래핀의 습윤성은 함께 사용되는 기판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기판의 습윤성이 얇은 그래핀을 투과하여 표면으로 전달되기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핀이 친수성 물질인지, 소수성 물질인지도 알 수 없다.
그동안 그래핀의 습윤성 연구는 주로 거시적 현상을 관찰하는 데 그쳤다.
그래핀 위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그 모양을 통해 습윤성을 파악하는 식이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는 그래핀-물 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그래핀-물 계면에 위치한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만 선택적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무작위의 배향을 가지던 물 분자들은 그래핀-물 계면에서는 일정한 배향을 가지게 되는데, 이 분자들의 신호만 선별해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플루오린화칼슘 기판 위에 그래핀을 한 층씩 증착해가며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을 이용해 계면에서 물 분자의 진동을 관측했다.
이를 통해 그래핀 층수에 따른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 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
기판의 습윤성이 그래핀을 투과하는 성질은 그래핀 층이 쌓일수록 감소했다.
4층 이상의 그래핀에서는 소수성 계면에서만 관측되는 수소결합을 하지 않는 물 분자들이 관찰됐다.
조민행 단장/IBS 제공
조민행 단장은 “그래핀의 층수가 증가하면 그 계면의 소수성이 증가하는 것을 분자적인 수준에서 설명한 첫 번째 사례”라며 “그래핀이 물에서 활용될 경우 계면의 소수성이 효율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이번 연구가 최적의 그래핀 설계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켐(Chem)’ 지난 10일 자 온라인 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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