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칼럼] 5G 상용화 한 달, 반성과 각오

칼럼 / 에너지단열경제 / 2019-05-06 15:47:07
이승범 / 본지 편집인 겸 사장

정부와 이동통신 3사, 단말기 제조사가 발빠르게 대처하며 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벌써 30만명 가까이가 세계 최초 5G 단말기인 ‘갤럭시 S10 5G’를 구입해 5G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해외 각국 통신사업자들은 5G 현장을 찾아 서비스와 기술, 노하우를 배워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제2 벤처 붐 조성에 기여할 만한 각종 새 제품과 서비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대중적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 SK텔레콤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5G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요금 할인부터 푸짐한 경품까지 파격적인 5G 가입 혜택을 제공한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지난 달 3일 오후 11시 ‘갤럭시 S10 5G’를 개통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이 개통 일정을 앞당긴다는 소식에 한밤중 5G를 개통하는 소동이 벌어졌던 것이다. 일반 가입자들의 정식 개통은 이틀이 지난 5일부터 시작돼 이날 밤 개통식은 사실 쇼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미국 버라이즌보다 하루 먼저 5G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명분을 얻었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잃지 않기 위해 너무 서두른 탓일까.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높다. 아직은 5G 전용 콘텐츠가 부족한 데다 네트워크 불안정, 속도 저하, 서비스 가능 지역(커버리지) 불만이 잇따라 제기되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5G를 통해 ‘초능력으로(KT)’, ‘일상을 바꾸는(LG유플러스)’, ‘초(超)시대(SK텔레콤)’를 체험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서비스 지역의 한계다. 아직 기지국이 턱없이 모자라 5G가 연결되는 곳이 적고, 연결되더라도 기존 4세대 LTE와 비교해 빠른 속도를 체감하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5G 속도가 오히려 LTE보다 느리고, 끊김 현상이 계속된다는 민원도 잇따랐다. 서울과 수도권 인구밀집지역을 중심으로 기지국을 설치하고 건물 내부와 지하철은 5G 장치를 설치하지 못한 탓이겠으나 오죽하면 ‘속 터지는 5G’, ‘오지 체험’, ‘유료 베타 테스터’라는 불만이 쏟아졌겠는가.


아무리 시행 초기라지만 5G의 고품질 서비스를 받기 위해 비싼 스마트폰을 사고 고가의 서비스 요금을 감수하는 고객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기지국 운용 주체인 이동통신사들은 5G 가입자들이 고품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서비스망 확충에 매진해야 한다. 기지국이 서울과 수도권에 치우쳐 지방이 소외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현재 5G 기지국은 4월말 기준 5만4천202개(장치수 11만7천여대)가 구축됐다. 이통 3사는 연내 기지국 장비를 23만대까지 확충하고 지하철 안에도 5G 설비를 공동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 KT가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19’에서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전용 셔틀과 5G 원격관제시스템을 공개했다. /KT제공


5G는 단순히 LTE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5G 이동통신은 4차 산업혁명의 혈관에 비유되는 미래 핵심 인프라다. 우리가 한밤중에 소동까지 벌이면서 무리하게 개통식을 가진 이유도 그만큼 5G가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LTE만큼 망을 확보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겠으나 최대한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 망이 제대로 깔리고 5G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5G 플랫폼에 실릴 콘텐츠도 꾸준히 개발돼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 아닌가.


초고속·초연결·즉시성이 강점인 5G는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업 측면에서도 잠재력이 엄청나다. 4차 산업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원격의료, 스마트 교통 체계 등도 5G가 뒷받침돼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서 5G 분야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앞서나간다면 미래 먹거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품질이다. 4차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5G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차지하려면 안정된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콘텐츠 개발은 물론 기업 대상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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