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또 터졌다. 변종 마약을 구매·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가 경찰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SK그룹 일가 최모(31)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낸 마약 공급책 이모(27)씨로부터 15차례 고농축 대마 액상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최근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판매책으로부터 대마를 3차례 구매해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 정 모 씨도 동종 대마 액상을 사들인 혐의로 입건됐지만 현재 해외 체류 중이다.
재벌가의 마약 관련 추문은 또 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도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했다는 내용이 담긴 3년전 판결문이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2015년 경찰은 황씨를 입건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결국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경찰의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뒤늦게 서울경찰청이 황씨 수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마약에 취한 부유층의 민낯을 목격한 시민들은 재벌가의 이런 소식에 기가 막힌다.
특권층과 2·3세들의 마약류 탐닉은 이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릴 정도로 심각하다. 클럽 버닝썬에서는 그릇된 사교문화에 빠진 자들이 신종 마약에 탐닉하고 속칭 물뽕(GHB)을 이용해 여성을 성폭행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버닝썬의 불법 마약 논란에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고 시인했다.
유엔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 인구 5천만명인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에 1만4천여명으로 기준(1만2천명)을 넘어섰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매년 마약사범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대검 통계를 보면 마약사범은 2011년 9천174명에서 지난해 1만2천613명으로 37.5% 급증했다. 마약류 압수량도 2014년 162.2㎏에서 지난해 517.2㎏으로 대폭 늘었다. 이처럼 불과 몇 년 새 마약사범이 크게 증가한 것은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이 비교적 관대하고, 통관 절차도 허술해 마약 밀수꾼들이 우리나라를 활동무대로 선호하기 때문이다.
코카인, 아편, 필로폰, 대마초 등 환각제는 중독성이 매우 강해 투약자를 끝내 폐인으로 만들고 2차 범죄까지 유발한다. 19세기 영국과 아편전쟁까지 치렀던 중국처럼 방치하면 국가와 사회 전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더 늦기 전에 마약사범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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