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칼럼/가짜 단열재 시장에 넘쳐난다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2-01-04 18:03:28
본보 ‘가짜단열재 발본색원’ 캠페인 이후 가짜단열재 생산과 유통 제보 이어져
시험인증기관의 기준 통과하고 함량 속인 제품 시장에 넘쳐나
준불연 강화 조치 후 무늬만 준불연 제품도 유통
업계는 가짜 단열재 퇴치를 위한 자정활동으로 소비자 신뢰 쌓아야
본보, 제보 내용 중심 가짜 단열재 지속적으로 확인 취재 후 고발 방침

비드법 2종


본보가 ‘가짜 단열재 발본색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생산에서 유통, 시공 현장 등의 취재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향후 단열재 업계가 판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의 자정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과정은 물론 유통, 시공 모든 부분에서 사기 단열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본보가 지난 29일자 신문에 보도했던 EPS 계열의 단열재는 물론이고 우레탄폼, 페놀폼 등의 유기단열재 시장에서 가짜가 판치고 있다.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도 가짜가 난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단열재 시장은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을 생산하는 중소업체와 페놀폼과 그라스울 등을 생산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간의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또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페놀폼의 유기단열재와 그라스울, 미네랄울 등의 무기단열재가 시장 확장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구도가 가짜를 만들고 유통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맞지도 않는 논리를 내세워 규제하고 있는 준불연 강화 조치 또한 가짜 사기 단열재 생산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까지 본보가 분석한 가짜 단열재의 유형은 유기와 무기에 따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유기단열재의 경우 가장 보편화된 사기 유형은 승인된 규격 보다 재료를 적게 사용하는 밀도(함량)를 속이는 방법이다.
밀도가 낮은 만큼 당연히 규격 보다 높은 열전도율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처음부터 표시 규격 이하의 전혀 다른 제품에다 물감만 혼합해 외형만 규격 제품으로 둔갑시키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정부의 강화된 준불연 조치로 인한 가짜 준불연 단열재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 페놀폼 등 유기단열재의 특성상 준불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나 업계의 지적이다.
높은 기술과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여기에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으니, 문을 닫을 수는 없어 실질적인 미완성품이지만 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다.
일부 스티로폼 계열 업체들이 재료인 비드에 난연성을 가미해 준불연에 성공했다는 홍보를 하고 있으나 제보에 의하면 규격을 통과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다.
성능 인증 시험 기관을 통과한 제품과 시장에 유통된 제품의 성능이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또 일부 기술력이 없는 생산회사는 겉면에만 난연제를 사용해 준불연으로 출시하고 있다.
우레탄폼도 시험 인증을 받을 때는 준불연으로 통과하고 시장 유통 제품 시 기준 이하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라스울 패널


재료 자체가 준불연인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는 밀도인 함량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기단열재와 마찬가지로 표시 기준과는 달리 밀도를 속여 유통시키고 있으며 당연히 열전도율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법, 편법적인 현상은 단열재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 원가는 올라가도 판매가격이 오히려 떨어지는 생산의 비경제성 때문이다.
공장을 돌리는 생산업체 입장에서 생존을 위해 함량을 속인 가짜 제품 생산에 유혹을 느끼는 구조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전체 업계를 죽이는 일이다.
생산비를 줄여 여타 업체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우선 본인의 이익은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낮은 가격의 저질 제품 판매로 인해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며 규격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정직한 업체를 고사시키게 된다.
끝내는 시장 유통 질서가 무너지며 지속적인 제품 가격 인하가 유발돼 전체 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면 단열재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소비자나 국민이 단열재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데다 관심도 덜해 가짜 단열재 관련 뉴스가 등장할 때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으나 언제라도 여론은 불꽃처럼 일어날 수 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태풍으로 변하게 된다.
국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단열을 책임지고 있는 업계는 이제라도 자정 활동을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우선은 힘들더라도 정직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켜 시장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본보는 업계의 자정 활동이 정착될 때까지 제보된 내용을 중심으로 가짜 단열재를 지속적으로 취재해 퇴출할 방침이다.
업계와 소비자를 위해 정직한 제품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탤 계획이다. 

우레탄폼

 

한 가지 덧붙여 유기단열재 업계에 제언을 드린다.
정부의 준불연 규제 강화는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조치라는 점을 소비자와 국민에게 정확한 논리로 설득시켜야 한다.
그 논리는 단열재의 고유한 목적과 가치는 완벽한 단열로 인간의 삶을 쾌적하게 하고 에너지를 절감시켜 지구 환경을 살린다는 것이 돼야한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여주듯이 단열과 화재는 확실하게 분리하여 대처하는 것이 정답이다.
화재 예방과 함께 발생 시 인명과 물적 피해를 줄이는 것은 재난시스템의 구축이지 단순한 준불연 단열재 정도 사용한다고 해서 피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힘든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단열재 업계에 희망의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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