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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
정치권이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화폐액면단위 변경) 공론화에 나섰다. 일부에서 화폐단위 조정까지 일상화하고 있는 등 물가상승률이 낮은 지금이 적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견이 달리하면서 면밀하고 신중한 추진을 당부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박명재·최운열·심기준·김종석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와 공동으로 '화폐개혁,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라는 주제의 정책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여야 의원들은 이미 일부에서 커피 한 잔 가격을 4500원 대신에 4.5원으로 표기하는 등 1000원을 1원으로 낮춰 쓰는 '셀프 리디노미네이션'이 이뤄지고 있어 화폐가 경제적 규모와 소비자의 편의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원욱 의원은 "리디노미네이션은 경제규모 확대에 따른 불편 해소, 계산 편의성 확보, 국제 위상 제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순기능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1962년을 마지막으로 화폐개혁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지금이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석 의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미환율이 1000원 이상인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국민솓그 3만달러 시대에 화폐단위를 국격에 맞게 조정하고, 물가승승률이 낮은 지금이 적기라는 주장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각기 달랐다. 부작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제자인 임동춘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은 국회에서 한국은행법을 개정하는 등 공론화와 제도준비 기간 4~5년, 법률 공포 후 최종 완료까지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어 "순기능 측면도 있지만 소액단위 가격표시 절상에 따른 물가상승 유발 가능성과 화폐교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노출과 재산상 손실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 비해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 점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기에 적절한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고,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디플레이션 우려도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조건은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뜬금없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며 "지하경제에서 화폐 규모는 6%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자산으로 돼있기 때문에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홍춘옥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도 "한 나라 경제가 안정적이고 잘 돌아가는 경우에 화폐개혁이든, 단위변경이든 한 적이 있느냐, 화폐개혁에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글로벌 시장 참가자들의 눈에는 우리나라가 화폐단위 변경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는 등 입법에 앞서 당분간 리디노미네이션의 순기능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최운열 의원은 "오늘날의 화폐단위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많은 불편을 야기한다"며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국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 관계자들은 이날 토론회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진 않았다. 정부와 한은은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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