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갈대종 / 편집국장직무대리 |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 열차 편으로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 하노이로 향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전용 항공기도 마다하고 열차 안에서 사흘 밤을 보내며 66시간에 이르는 긴 여정을 소화해냈다. 전용열차의 이동거리는 중국 내에서만 약 3천500여㎞이며, 북한 내 이동거리 등을 합한 전체 여정은 3천800㎞에 달한다.
예정대로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원도 같은 날 하노이에 도착한다.
에어포스원은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미 동부시간 25일 낮 12시34분 출발해 캐나다 핼리팩스와 세인트존스 상공 등을 날아 대서양을 건넜으며, 출발 6시간여 만인 저녁 11시 42분(영국 현지시간) 중간급유를 위해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취재단은 에어포스원이 밀든홀에서 1시간가량 머문 뒤, 하노이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고 전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하노이 입성을 시작으로 사실상의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양국 정상의 ‘하노이 선언’에 담길 내용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두 정상이 서명할 합의문에는 작년 싱가포르에서 가진 1차 회담 때 양국이 합의했던 △ 완전한 비핵화 △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3대 과제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 최대 관심사는 선언에 명기될 비핵화 조치의 수위다. 작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언급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주목된다.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모든 시설의 영구적 폐기가 시한과 함께 합의문에 명시될지 주목된다. 한반도 운명 당사자인 우리는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비핵화의 유의미한 진전을 이뤄내길 희망한다.
이러한 우리의 바람은 현재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양측의 분위기는 희망을 던져준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향하는 4천500㎞ 여정을 시작했을 때부터 ’애국헌신의 대장정‘이라며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빠르게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회의적인 미국 내 일각의 여론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북한과 공유하는 비핵화 정의에 따라 검증·사찰 대상 시설을 확정하고 비핵화 로드맵까지 끌어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비핵화를 끌어내려면 북한에 상응한 대가를 제공해야 하는데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대북 제재 완화라는 점이다.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카드까지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제재 완화 없이는 비핵화의 가시적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기대치를 밑도는데도 섣불리 제재 완화가 이뤄진다면 한미 양국 모두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셀 것이다. 지금도 틈만 나면 북미회담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잠재울 수 있는 빅카드가 필요한 것이다. 북미 두 정상의 ‘통 큰 결단’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미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전화 통화 내용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견인을 위한 상응 조치로 남북의 철도, 도로 연결과 남북경협을 제안하고 미국이 요구하면 한국이 그 역할을 떠맡을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미국 내 여론 때문에 대북 제재를 선뜻 완화하기 어려운 미국 입장에서도 남북경협은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언급했다는 점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 재개를 바라는 기대를 키운다.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 결과를 낙관하는 듯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이후 대북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고 남북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남북 경제 통합에 기여하면서 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려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