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두 채 중 하나 전셋값 ‘휘청’

건설·부동산 / 김슬기 / 2019-03-19 10:42:05
한은, 2년 전 대비 52.0%가 하락
전셋값 10% 하락하면 3만여 가구, 전세금 못 돌려줘
▲ ▲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집주인 중 절반가량이 빚을 내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국적으로 전셋값 하락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아파트 절반이 ‘역전세’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향후 전세가격이 10% 하락한다면 3만여 가구는 임대보증금 반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분석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내놓은 ‘최근 전세 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에서 2월 거래된 전국의 전세 아파트 중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진 비중이 52.0%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 역전세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전세란 전세가격이 떨어지면서 집주인이 새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돌려줄 수 없을 때를 말한다. 계약 기간이 보통 2년이라는 점을 고려해서 전셋값이 2년 전보다 하락한 상황이면 역전세로 본다. 임대인이 여윳돈이 없는 한 금융기관서 차입하거나 집을 매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체 아파트의 10% 내외에서 움직이던 역전세 비중은 지난 2017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오르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에서 2016년만 해도 11.9%, 10.2%, 8.9%, 10.2%로 10%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부터는 20.7%, 2018년엔 39.2%로 상승하더니 올해 1~2월엔 52.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역은 28.1%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0%보다 18.1%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지방의 경우는 2017년 35.8%에서 올해 60.3%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셋값의 하락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역전세로 집계된 전국의 전세 아파트 52% 중 26.7%가 10% 이상 전세 가격 급락을 보였다. 가격이 30% 이상 추락한 경우도 4.7%에 달했다.

한은은 향후 전셋값이 10%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보증금 관련 부채를 가지고 있는 주택 임대 가구 211만 가구의 1.5%(3만2,000가구)가 금융자산 처분과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반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셋값이 하락해도 임대 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한 점을 고려하면 그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한은은 전세금 반환 능력은 약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셋값 하락은 일차적으로 임대인의 보증금반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금융자산만을 고려해 보면 임대 가구의 보증금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3월부터 작년 3월까지 임대 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올랐으나 금융자산은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차입 및 갭 투자를 통한 부동산구매 등으로 임대 가구의 금융부채 및 실물자산이 상대적으로 대폭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를 내준 가구의 금융자산이 전체적으로 보증금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보증금 대비 금융자산 비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보증금반환 관련 위험성이 커지면 전세·매매시장 위축은 물론 금융기관의 대출 건전성 저하, 보증기관의 신용 위험성 증대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