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조원의 예산 부족,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조속히 처리 필요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공공기관의 석면 철거 작업이 더딘 만큼 과거 석면생산업체에서 일정 부분 제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돌섬이라고 지칭하는 석면은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IARC)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발암성 확실)이다.
장기간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의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제품이다.
그전까지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생활 곳곳에 사용돼 왔다.
열과 불에 강하고 전기도 통하지 않아 단열재, 천정재, 슬레이트 등의 건축자재로 쓰였고 방화재나 자동차 브레이크라이닝으로 이용돼 왔다.
문제는 이처럼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아직까지 제대로 철거되지 않아 우리 주변 곳곳에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면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체에 유입되면 길게는 20~30년 후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머리카락의 5000분의 1가량의 크기로 먼지보다 훨씬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흡입할 경우 폐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 암을 생기게 한다.
석면의 위험은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노출 돼 있다.
특히 노약자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상주하는 시설에도 어김없이 석면이 상존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의료원은 물론 공공기관인 동사무소 등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지은 건물에는 거의 석면이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최근 10년 이내 지어진 시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시설이자 공공시설에서 1군 발암물질인 석면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 교육시설과 공공시설에 대한 석면 철거를 진행하고 있지만 속도가 너무 더디다.
이유는 철거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석면의 철거는 1군 발암물질을 다루는 만큼 주변 환경의 피해를 없게 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건축물 철거 작업과 달리 시간과 경비가 많이 소요된다.
개인 소유의 경우 본인들의 건강을 위해 스스로 철거가 진행되고 있지만, 공공기관은 예산 부족과 이용자의 최대 편의를 위해 절차가 진행돼 석면 제거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시작된 학교 석면 제거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전체 석면조사면적의 23.6%를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교육청별 석면제거율로는 전남이 17.6%로 가장 적었으며, 울산 17.8%, 대전 17.9%, 경남 19.1%, 경기 18.0%, 서울 20.1% 순으로 나타났다.
제거가 많이 된 곳은 세종 68.1%, 광주 37.4%, 전북 36.1% 순이지만 여전히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또 전체시도교육청 학교석면제거사업 편성예산을 분석한 결과 2016년 4,344억에서 2017년 4,778억으로 증가했지만, 2018년에는 3,715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천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시도교육청은 2027년까지 남은 석면 함유 면적을 제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석면 제거가 늦어지는 이유는 분진이 발생해 방학에만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예산 부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석면 유해성으로부터 학생과 교직원 등을 보호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에 반하는 결과다.
정부는 2027년까지 학교의 모든 석면을 제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약 2조원의 비용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선 학교의 예산만 해도 향후 2조원 이상이 소요되는데 의료원을 포함해 공공시설의 석면제거 작업에도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고 현 상태의 속도로 진행하다가는 국민의 건강을 심히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 민간에 공급된 석면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 공공시설을 포함한 공익시설에 공급했던 석면 생산업자가 일정부분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논리다.
좋은 예로 고속화도로 옆에 세워진 아파트의 소음 차단용 가림막을 최초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적 차원에서 비용을 투입했지만, 현재는 수익자 원칙에 의해 아파트 사업주체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석면이 지난 2009년 이후 건축에 사용이 제한됐지만 석면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일정부분 최소한 공익시설의 철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여론이다.
지난 여름 방학때 학교의 석면제거 작업을 지켜본 학부모 A씨는 “석면제거 작업이 시간은 물론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얘들이 다니는 학교 전체를 언제 모두 제거하겠냐”며 “나라 예산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1군 발암물질인 석면을 팔았던 업자들이 비용을 부담해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석면으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석면과 관련된 국가기관이나 협회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생할 석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일정 비용은 과거 생산을 통해 부를 축적한 생산업자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예산 부족으로 속도가 더딘 석면제거 사업에 석면으로 수익을 올린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1군 발암물질을 팔았다는 오명도 벗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이미지도 변신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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