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머니 속엔 ‘희토류’라는 이름의 마법사가 살고 있다

이슈분석 / 정두수 기자 / 2026-02-10 10:31:46
아이폰은 ‘흙’으로 만든 예술품
첨단 문명 지탱하는 17가지 원소의 정체
중국의 자원 무기화와 환경 파괴라는 ‘검은 눈물’ 위로 피어난 녹색 미래
지구 넘어 달(Moon)로 향하는 자원 전쟁, 인류의 탐욕인가 생존인가

매끄러운 강화유리와 정교한 티타늄 바디로 감싸진 아이폰. 

인류 첨단 공학의 결정체로 불리는 이 기기를 한 꺼풀 벗겨내면 그 안에는 기묘하고도 귀한 ‘한 줌의 흙’이 숨어 있다.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다. 

우리가 매일 수백 번씩 만지는 스마트폰부터 미래 산업의 핵심인 전기차까지, 현대 문명은 이 ‘특별한 흙’ 없이는 단 1초도 작동할 수 없는 거대한 의존성 위에 서 있다. 

스마트폰의 오감을 깨우는 1%의 마법 스마트폰 한 대에서 희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무게의 1% 미만이다. 

하지만 그 역할은 중추적이다. 화면의 선명한 색상을 구현하는 형광체(유로퓸, 이트륨), 스피커의 강력한 자석(네오디뮴), 손끝을 울리는 진동 모터까지 모두 희토류의 작품이다. 

이들이 없다면 200만 원짜리 최첨단 기기는 순식간에 빛을 잃고 침묵하는 ‘석기시대의 돌덩이’로 전락한다.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지각 내 매장량이 구리나 납만큼 흔하다. 진짜 문제는 이 원소들이 흙 속에 미세한 농도로 흩어져 있어 순수한 형태로 뽑아내기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수만 톤의 흙을 파헤쳐 정제해야만 비로소 아이폰 속에 들어갈 ‘마법 가루’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80% 이상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선언한 이후, 중국은 전략적으로 자국 자원을 무기화해 왔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낮은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 규제를 무기로 저가 공세를 펼쳐 경쟁 국가의 광산들을 고사시켰다.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중국은 2010년 일본과의 영토 분쟁 당시 ‘수출 금지’ 카드를 꺼내 들어 상대의 항복을 받아내기도 했다. 흙이 총성 없는 전쟁의 강력한 무기가 된 순간이었다. 

검은 폐수와 방사성 찌꺼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찬양하는 ‘녹색 미래’는 지구 반대편의 처참한 환경 파괴를 대가로 한다. 

전기차 한 대의 모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1~2kg의 희토류를 얻기 위해 약 20만 톤의 산성 폐수와 방사성 물질인 토륨, 우라늄이 섞인 찌꺼기가 발생한다.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지인 내몽골 바오터우 인근에는 독성 폐수가 고인 ‘죽음의 호수’가 존재한다. 선진국들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손을 뗄 때, 중국은 자국의 생태계를 희생하며 전 세계에 값싼 ‘녹색 이미지’를 공급해 온 셈이다. 

다음 전쟁터는 ‘달’이다. 우주판 골드러시다. 

지구 상의 자원 전쟁과 환경 파괴가 한계치에 다다르자 인류의 시선은 이제 달(Moon)로 향하고 있다. 

달에는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인 ‘헬륨3’와 막대한 양의 희토류가 잠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과 중국의 ‘창어 프로젝트’는 단순한 과학 탐사를 넘어 우주 자원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다. 

먼저 깃발을 꽂는 자가 주인이 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희토류는 현대 문명의 ‘비타민’을 넘어 ‘마약’이 되었다. 

자원 없이는 통신도 이동도 불가능해진 인류는 환경 파괴를 목격하면서도 더 깊은 땅속과 우주를 갈구한다. 

진정한 문명의 진보는 더 많은 자원을 캐내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기기에서 자원을 되살리는 ‘도시 광산’과 같은 순환 경제, 그리고 채굴 과정의 ‘검은 눈물’을 닦아낼 수 있는 윤리적 기술에 있다. 

당신의 주머니 속 가벼운 스마트폰 뒤에는 지구 반대편 노동자의 땀과 파괴된 생태계, 그리고 우주를 향한 탐욕의 무게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KIENEWS-소재석 기자

 

[ⓒ 케이아이이뉴스-(구)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