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과 전희정 선임연구원,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단장 연구팀이 치료와 예방이 어려웠던 치매의 발병 원인을 밝혀냈다.
공동 연구팀은 뇌 속의 독성물질을 분해해 치매를 막는 인체 메카니즘이 오히려 치매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치매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 속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인지능력의 쇠퇴가 일어난다.
가장 보편적인 치매는 환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뇌 속에 노폐물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등 독성물질이 뇌 속에 축적되면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한 뒤에도 중증 치매가 지속되거나, 아밀로이드 베타가 증가해도 치매가 보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아밀로이드베타=치매 원인물질'이라는 가설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았다.
연구팀은 아밀로이드베타 보다는 이를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를 일으키는 기전임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즉, 치매 초기에 뇌 속에 비정상적인 뇌세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신경세포 사멸 현상과 치매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새로운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에는 신경세포 외에 ‘별세포’라는 또 다른 뇌세포가 존재한다.
평소에는 뇌의 상태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독성물질을 만나면 크기가 커지고 가지가 많아지며 수도 증가하고 기능이 변화한다.
이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한다.
동물 실험 결과 변화의 정도가 가벼운 경증 반응성 별세포는 주변 신경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
변화 정도가 심한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존재할 경우 뇌 속 신경세포가 죽고 치매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만들어지는 원인도 밝혔다.
별세포가 뇌 속 독성 물질을 분해할 때 세포에 있는 ‘모노아민산화효소B(MAO-B, 마오비)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킨다.
이 단백질이 독성물질인 과산화수소를 지나치게 많이 생산하면 중증 반응성 별세포를 만들고 세포 안에서 염증과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결국 신경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독성물질 외에 스트레스, 뇌손상, 바이러스 감염 등에 의해서도 중증 반응성 별세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응성 별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과산화수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치매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산화수소 또는 모노아민 산화효소B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진단과 치료전략을 세우고 수행할 계획이다.
반응성 별세포가 치매 초기에도 나타나는 만큼 치매를 초기단계에 진단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뇌종양 등 반응성 별세포가 나타나는 다른 뇌질환에도 연구 결과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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