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갈등 빚던 인도, 터키 등은 잇따라 총재 교체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세계적인 경기둔화 추세 속에 각국 중앙은행장들이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최고 권력자들로 인도, 터키 등 나라에서 총재 교체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특히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경기 부양에 목매는 지도자의 압력 때문에 가시방석 위에 앉아 있는 상태다.
9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중앙은행 총재가 행정부 압력에 시달리는 사례가 여러 국가에서 관측되고 있다.
◆ 금리 인하 거부로 수난 겪는 각국 총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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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합뉴스 제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언론을 통해 “미 연준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았다면 다우지수는 현재보다 5,000~1만 포인트 더 높았을 것”이라며 중앙은행을 비판했다.
앞서도 트위터에 “연방준비제도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미국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라고 질타했고 전달 26일에도 “연준의 통화정책은 제정신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자 앞서 해임을 추진했지만 법적 논란을 의식해 철회한 바 있다.
미 금융가에선 오는 2020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연준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위해 경제 치적을 만드는 데 주력을 하면서 경제 성장세를 부양하고 주가를 끌어올릴 목적으로 현재 연준에 금리 인하를 비롯한 완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무력화할 여러 다른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정치적 추종자들을 앞서 연준 이사 후보로 지명한 바 있으며, 또 파월 의장을 이사로 강등시켜 영향력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터키에선 중앙은행 총재가 갑작스레 해임됐다.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무라트 체틴카야 총재를 해임하고 무라트 우이살 부총재를 자리에 앉혔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현 집권당은 전달 최대 도시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패한 것이 그 배경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패배 이유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터키 경제가 취약하고 리라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추가 혼란이 우려된다”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인도에서도 중앙은행장이 통화정책으로 행정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례가 있었다.
우르지트 파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임기 만료 9개월을 앞두고 갑작스레 사퇴했다. 파텔 전 총재 역시 경기부양책을 주문한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와 내내 대립을 해왔다.
이후 새로 총재 자리에 앉은 샤크티칸타 다스 전 내무장관은 친 모디파 관료로 앞서 2016년 모디 정부의 화폐 개혁을 주도했던 바 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이 ‘행정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런민은행도 독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런민은행의 진짜 수장은 이강 총재가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다 할 수 있다”라며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했다.
한국은행 역시 이러한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작년 9월 이낙연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 경기 부양 압박 vs 독립성 유지
현재 글로벌 경기 둔화가 확산돼 침체 우려까지 가시화된 상태로 이에 따라 중앙은행에 대한 행정부의 압박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정책에 한계를 느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눈을 돌리게 됐다”라면서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 중앙은행에 대한 정부 간섭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굳건히 하고 있다. 또 금리를 인하한다고 무조건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며 자국 통화 하락, 물가 상승 등 후폭풍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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