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정부, 해외 기업 유치해 생산성 증대
단 고금리가 발목 …중소기업 투자 떨어져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기술적 제약으로 오랫동안 채굴이 이뤄지지 못하다 2000년대 들어 수평정시추 기법 등이 상용화되며 신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한 에너지가 있다. 탄화수소가 풍부한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로 더 깊은 지하로부터 추출되는 ‘셰일가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셰일가스가 2010년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막대한 매장량 덕분이다. 향후 60년, 100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양에다 중동산 석유보다 가격도 저렴해 우수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지만 특히 중국, 미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에 많은 셰일가스 자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신흥 공급처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은 중남미다. 그간 에너지 지정학적 측면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석유 및 가스 부존지역이 발견되고 기술진보에 따른 상업성이 입증됨에 따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셰일지대 중 가장 큰 부존 지역이 있는 곳이 바로 중남미 아르헨티나다. 가채매장량이 무한하고 수자원이 풍부해 개발여건이 우수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어 미래의 셰일 부국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영기업 독점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기업들과 손을 잡고 생산 비용을 감소시켜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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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 네우켄주 바카 무에르타 셰일지대 수압파쇄를 위한 시설/ kotra |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셰일가스·셰일오일의 전체 매장량은 2013년 기준 각각 802Tcf와 270억 배럴로 집계됐다. 1Tcf는 1조(兆)세제곱 피트(trillion cubic feet)로 LNG로 환산하면 약 2400만t이다. 이는 매장량 기준으로 셰일가스는 세계 2위, 오일은 4위 규모에 해당한다.
아르헨티나의 셰일가스 부존 지역은 산 호르헤만 분지, 아우스트랄 분지, 파라나 분지, 그리고 네우켄 분지다. 이중 네우켄 분지는 개발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곳으로 2010년부터 약 50개의 수직정이 시추됐다. 특히 네우켄의 바카 무에르타 지대는 아르헨티나 셰일가스 절반이 매장돼 있으며,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셰일지대 중 가장 큰 부존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개발 여건 역시 우수한 국가로 꼽히고 있다. 막대한 매장량 뿐 아니라 수압파쇄법이 적용 가능한 지질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수자원으로 물 가용능력 역시 뛰어나다. 또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정책으로 개발을 이끌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천연가스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키 위해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셰일가스 개발 장려에 대한 제도개선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의 일환으로 2006년 11월 ‘석유 가스 탐사 및 개발 촉진 시스템’ 관련 법안을 제정해 소득세 및 관세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한 바 있으며, 2008년 3월에는 민간 부문의 가스전 탐사 및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가스 플러스’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2012년도에는 YPF를 국유화했다. 본래 국영기업이었던 해당 회사는 지난 1993년 민영화되었고, 1999년 스페인의 Repsol에 인수된 바 있다.
탄화수소법 개정 이후엔 기존에 해오던 국영기업 독점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 기업들과의 공동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부족한 개발 자금을 해외 기업 투자로 메우는 방식이다.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YPF는 해외 협력사들과 함께 바카 무에르타에 84억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아르헨티나 셰일 지대에는 셸, 쉐브론, 엑손모빌, 중국해양석유총공사 등 유명 에너지 기업들이 대거 진입해 탐사와 생산을 진행 중에 있다.
개발 업체가 증가하면서 생산 비용은 감소하고 생산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지역 전체 탐사율이 높을수록 매장 지역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시추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YPF에 따르면 셰일오일 개발 비용은 지난 2015년 석유환산배럴(BOE)당 26.9달러에서 2018년 9.5달러로 감소했다. 셰일가스 역시 동기간 100만BTU(천연가스 거래 단위)당 2.3달러에서 0.7달러로 떨어졌다. 비용 감소로 생산량은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아르헨티나 셰일가스·세일오일 생산량은 각각 하루 평균 2200만㎥, 6만5000배럴로 작년 동기간과 비교해 256%, 68% 늘어났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셰일가스 하루 생산량을 2억6000만㎥까지 끌어올려 이 중 1억㎥를 해외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아르헨티나의 고금리 정책이 셰일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자국 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최근 몇 년간 금리를 인상한 아르헨티나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68%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이 힘든 기업들은 투자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카 무에르타 셰일 산업에 진입한 중소기업은 레타마 아르헨티나와 비스타 오일 등 2개 뿐이다. 전체 기업 수 30여개 중 중소기업 비중이 10%도 안 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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