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우려 해소 전까지 출시 보류한다”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 돈세탁, 탈세 등 미 당국의 위험성 우려가 지속됐던 암호화폐에 대해 페이스북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전달 발행을 예고했지만 정부의 지적 속에 제공을 미루게 된 리브라를 회사는 다시 잠정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되풀이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미 의회의 집중포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 “리브라는 9.11 테러보다 더 위험”
18일 CNN·CNBC 등 방송 보도에 따르면 리브라 운영사인 칼리브라의 데이비드 마커스 대표(CEO)는 지난 16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데 이어 17일에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커스 대표는 금융위원회 리브라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다만 페이스북을 향한 불신으로 가득 찼던 상원 청문회와 달리 하원에서는 리브라가 혁신적인 기술이며 암호화폐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인정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17일 청문회에서는 이용자 보호 방안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미국 하원 금융위원장 맥신 워터스는 모두발언을 통해 “페이스북 리브라는 심각한 우려하고 있으며 리브라연합(리브라의 파트너사 모임)이 계획대로 암호화폐를 발행할 경우 경제적 권력을 행사해 각국 정부와 금융을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며 “페이스북은 전통금융기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스캇 의원은 “리브라 백서는 자금세탁방지(AML), 고객신원인증(KYC), 이용자 데이터보안 등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마커스 대표는 “리브라연합은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 ‘핀센’에 등록을 마쳤다”라며 “규제 당국이 제시하는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캐롤린 멀로니 의원은 “리브라연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아래 출시 전까지 100만 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며, 이를 약속할 수 없다면 리브라는 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마커스는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리브라 위험성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거센 목소리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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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드 셔먼 의원/ 연합뉴스 제공 |
특히 브래드 셔먼 의원은 리브라의 잠재적 파급력을 9·11 테러 공격과 비교하며 비판했다.
셔먼 의원은 “이것(리브라)은 심지어 그것(테러)보다 미국을 더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언급하며 리브라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커스 대표는 “칼리브라는 중앙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을 사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허위로 계정을 만들 수 없는 구조”라면서 “리브라연합과 칼리브라는 은행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이날 청문회에선 암호화폐에 대한 가치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패트릭 맨헨리 의원은 “블록체인은 실존하는 기술이며 비트코인으로 시작된 암호화폐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규제 당국은 이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맨헨리 의원도 “20억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민간화폐(리브라)를 논의하기 위해 진행된 오늘 청문회에서 의회 정책입안자들의 우려가 충분히 제기됐다고 본다”며 “다만 암호화폐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암호화폐 죽이기에만 급급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암호화폐를 죽이는 것은 불가하다”라며 “오늘 청문회를 계기로 암호화폐에 대한 의회의 이해가 깊어졌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선 리브라 사업 중단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마커스 대표는 “시간을 들여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하며 중단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다만 마커스 대표는 몇몇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모든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때까지 우리는 이 사업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시 전까지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것.
◆ ’돈세탁·정보 유출‘ 잇단 지적에…“출시 보류”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내년 출시를 예고한 암호화폐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구입한 뒤 비자, 이베이, 우버 등에서 화폐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미 당국과 금융권에서 돈세탁이나 금융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위험성이 제기되자 결국 발행이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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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정레 브리핑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국 규제 당국은 리브라와 같은 가상화폐가 돈세탁, 불법 활동에 연루돼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페이스북에 우려를 표했다”라며 “리브라의 금융 시스템 접근을 허용하려면 매우 높은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지난 11일 트위터에 “리브라는 신뢰성이 거의 없다”라며 “페이스북이 은행이 되고 싶다면 다른 은행처럼 모든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 역시 “리브라는 개인정보 유출과 돈세탁, 소비자 보호 문제에서 심각한 우려를 초래한다”라고 강조했다.
리브라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자 페이스북은 결국 청문회 제출 사전 자료를 통해 “관련 우려가 모두 해소되고 적절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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