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적자…반도체 호황에도 팹리스는 ‘먹구름’

IT·전자 / 김슬기 / 2019-04-17 08:00:26
상장사 50% 영업손실
세계 시장 1% 미만 점유율
반도체 생산라인/ 연합뉴스 제공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작년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 이였음에도 한국 반도체설계 전문기업들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해결책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나타났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상장사 50%가 영업손실을 내는 등 반도체설계업의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상장사 24개 가운데 작년 적자를 낸 기업은 13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6년(7개 업체)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팹리스 매출액 상위 1~7위 기업만이 흑자를 냈으며 8위 이후로는 적자를 면한 업체가 단 4곳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흑자를 기록했던 아나패스, 지스마트글로벌, 골드퍼시픽은 적자 전환됐다.

작년 팹리스 상장사의 매출 총액도 1조8959억 원으로 전해보다 2.0%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매출 1위인 LG그룹 계열사 실리콘웍스가 24개 기업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중하위권 기업은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내 팹리스가 부진함을 겪는 이유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중국 업체에 눈을 돌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장(Fab)이 없는 팹리스는 중앙처리장치(CPU)나 모바일프로세서(AP), 통신모뎀·이미지센서 같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칩의 설계만 맡고, 양산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위탁한다. 한국 팹리스는 고객사로써 선택할 유인이 부족한 데 반해 풍부한 인재가 포진된 중국은 보다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게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의 시각이다.

일례로 중국의 팹리스 기업인 캄브리콘은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성능 저전력 인공지능 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1조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보이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협) 역시 중국의 약진에는 많은 인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무협이 최근 내놓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기회 및 위협요인’에 따르면 메모리, 파운드리 등 제조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축적된 비결이 필요하지만 팹리스는 설계자의 역량에 따라 단기간 내에 성과가 날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의 한국 점유율은 매우 저조한 상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미국이 68%를 기록하며 두드러진 약진을 보였고 대만, 중국이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은 1%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미미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1장의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를 통해 팹리스 기업들이 반도체를 설계 제작할 수 있게끔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달 중에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설비·연구개발(연구·개발) 투자와 상생 협력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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