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규제에 ‘맞불’…WTO 제소 준비 나선다

경제 / 김슬기 / 2019-07-03 14:34:34
산자부 “외부 전문가와 검토 중…통상분쟁대응과 담당”

▲ 연합뉴스 제공 

 

[에너지단열경제]김슬기 기자=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라 일본이 보복 조치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등의 수출을 규제한 것과 관련 정부가 WTO 제소 준비에 돌입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역전승을 거둔 통상분쟁대응과가 실무작업을 이행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에너지단열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통상분쟁대응과에서 WTO 제소 준비를 시작했다”며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협의할 때 필요한 요청서 등 제소를 위해 실무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더 필요한 사실 확인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통상분쟁대응과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주변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된 WTO 항소심에서 1심 패소를 뒤집고 극적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따르면 WTO는 ‘제소 접수→당사국 협의→패널 설치(협의 실패 시)→당사국에 패널 보고서 제출→당사국 회람→상소 보고서 제출(한 국가가 패널 보고서 채택에 반대해 상소할 경우)→상소 보고서 채택→패소국에 최종 결정 보고’ 순서로 국가 간 무역 분쟁을 해결한다. ‘양 당사국 협의’ 때 의견이 일치하면 분쟁이 빨리 마무리되지만 상소 이후까지 가면 대게 4~5년이 소요된다.

앞서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수출 관리 운용 정책을 개정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다. 일본 아베 총리는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신뢰 조치를 수정했다’라고 밝혀 자신이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를 주도했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우리 대법원은 작년 10월 30일 일본 강제 징용 피해 3건에 대해 13억6,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일 두 나라가 1965년 체결한 청구권협정에서 한국이 관련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경제협력자금 5억 달러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한국 법원 판결은 양국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일본은 오는 4일부터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자국산 소재·부품의 수출규제에 나선다.

일본은 TV와 스마트폰 액정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부품인 리지스트와 고순도불화 수소(에칭 가스) 등 3가지 품목을 ’포괄적 수출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별 수출허가 적용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에 이 품목들을 수출하려면 계약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량 제한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더불어 한국에 대한 통신기기·첨단소재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대책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외국환 및 외국무역 관리법(외국환관리법)에 따른 우대 대상인 ’화이트(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되고 시행령(정령)이 바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상에서 빠진 국가에 대한 수출은 집적회로 등 일본의 국가안보와 관계된 제품인 경우 건별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본이 수출을 제한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중국을 상대로 승소했던 일본의 사례도 집중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본이 피해자로서 펼친 논리를 꼼꼼히 따져 이번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이용하겠다는 것. 앞서 일본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문제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조치를 가한 것에 대해 지난 2012년 미국, 유럽연합(EU)과 연대해 WTO에 공동 제소한 바 있다.

다만 정부의 승소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그간 반도체와 DP 관련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해온 것인데, 이번에 규제하는 것인 만큼 냉정한 시각으로 볼 때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WTO 규칙에 맞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WTO 제소가 당장 국내 업체들의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자 협의가 결렬되면 DSB 1심인 소위원회(패널) 재판이 진행되고, 이후 1심 결과에 한쪽이 불복하면 최종심인 2심(상소 기구)에서 최종 결과가 도출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은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대상 품목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전자부품 및 관련 소재 등이 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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