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양영환 / 본사 회장 |
몇해 전부터 한국경제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치가 전 분기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충격적인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다. 2008년 이후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하락한 시기는 2017년 4분기(-0.2%)였는데, 이번에는 하락률이 그때보다도 0.1%포인트 더 낮다.
전문가들은 성장률 하락의 원인으로 미국-중국 간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 반도체 경기 부진, 주택경기 침체, 심각한 저출산 등을 꼽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는 경기부양을 내세워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으나 이 정도의 추경으로는 경제성장률을 0.1% 포인트 올리는데 그친다.
문제는 한국경제 저성장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 등 기존의 주력산업이 흔들리는 데다 첨단 신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일본·유럽뿐 아니라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인구감소도 심각하다. 생산연령 인구가 2017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서며 발생하는 인구 자연감소도 올해부터 앞당겨 시작됐다.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 격차는 최근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특히 고용 없는 저성장에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OECD는 소득 상위 10% 경곗값(P90)을 소득 하위 10% 경곗값(P10)으로 나눠 국가별 소득 불평등을 가늠하는데 배율이 상승할수록 소득불평등도는 높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값이 2016년 5.73에서 2017년 5.78로 악화됐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인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도 우리나라는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31위 수준이다.
소득 상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 20% 계층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2017년 기준 7.0배에 이른다. 소득이 높은 상위 20%가 소득이 낮은 하위 20%보다 7배를 번다는 의미로 소득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생산(GNP) |
최근 국제사회에서 소득불균형에 대해 자주 인용하는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 역시 최악이다. WID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의 소득집중도는 2016년 기준 43.3%로 1996년(35%)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 역시 1996년 7.8%에서 2016년 12.2%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지난 20년간 소득집중도 상승 폭은 WID에 소득집중도 지표를 공개한 OECD 회원국 중 아일랜드와 함께 가장 높았다.
이처럼 저성장에 소득불균형이 계속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과 같은 불평등, 양극화, 고용절벽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를 맞아 과감한 혁신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경제 성장의 동력을 얻으려면 계층간 불평등 해소를 통해 이른바 ‘포용적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고, 경제 성장에 따른 물질적·비물질적 과실도 공평하게 분배돼야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