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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환 회장 |
수소는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이미 국제사회에서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갈 가능성이 없고 오염 물질도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석연료가 고갈되면 수소가 메인 연료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2002년 그의 저서 ‘수소경제’에서 “인류 미래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약속어음”이라며 수소의 잠재력을 극찬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McKinsey & Company)도 “오는 2050년이면 전 세계 에너지 수요량의 18%를 수소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수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 주로 수소폭탄이나 수소폭발과 같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핵무기를 거론할 때 원자폭탄보다 수소폭탄이 더 큰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SF소설에서만 등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필자가 고교시절 화학시간에 배운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가운데 가장 가볍다는 것이다. 원소기호 H, 원자번호 1, 무색·무미·무취의 기체 등도 시험문제에 자주 등장한다.
‘수소’라는 이름을 붙인 사람은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다. 그는 1783년 수소를 연소시키면 푸른 불꽃을 내며 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소의 영어명(hydrogen)은 그리스어의 물을 뜻하는 ‘히드로(hydro)’와 생성한다는 뜻의 ‘제나오(gennao)’가 합성된 단어다.
이러한 수소는 사실상 무궁무진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자동차회사 광고 카피처럼 우주에 풍부히 존재하며 다른 원소에 비해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수소는 산소와 만나면 연소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물이 되는데, 지구상에는 대부분 안정한 상태인 물로 존재하고 있다. 천체학자들도 우주 질량의 75%를 수소가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지구에서도 지표면의 약 70%를 구성할 정도로 흔하며, 물과 대기는 물론 심지어 화석연료에도 수소는 포함돼 있다.
여기서 착안된 것이 수소연료전지다. 이는 수소에너지 활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알다시피 물을 전기분해하면 전극에서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 연료전지는 이러한 전기분해의 역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석유나 LNG 등에서 추출된 수소를 연료로 공급하고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일반 전지와 달리 수소와 공기가 공급되는 한 계속 전기와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터빈발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훨씬 높고 소음이 없으며, 온실가스 발생이 미미한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공기 중에서 수소의 연소 농도 범위는 4~75%이다. 농도가 4%에 못미치면 함량미달로 연소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수소 농도가 75%를 넘으면 상대적으로 산소가 부족해서 연소가 이뤄지지 않는다. 수소는 불에 잘 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매우 가벼운 물질이어서 공중으로 쉽게 흩어져 버린다. 따라서 수소를 저장하는 곳의 환기만 유념하면 수소로 인한 화재 발생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높은 시설비가 ‘수소 에너지’ 대중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천연가스에 고열의 수증기를 반응시키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아직 생산단가가 높고 고압을 견디는 파이프 등 인프라를 갖추는 것도 과제다. 수소경제 활성화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청정국가의 지위를 얻으려면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얘기다.
수소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이지만 국민들도 수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씻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으면 우리나라가 수소에너지 분야의 선도국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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