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단열경제]이재철 기자
KRISS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임경근 선임연구원이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유기 트랜지스터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휘어지는 플렉서블 스마트기기의 핵심 반도체 소자인 유기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플렉서블 스마트기기로는 한 면을 접는 폴더블, 돌돌 말아서 보관할 수 있는 롤러블, 화면을 잡아당겨 늘릴 수 있는 스트레처블 등이 있다.
현재 상용화된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한 면만 접었다 펼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디스플레이 전체를 구부리고 늘려 손목시계처럼 차고, 신문지처럼 둘둘 말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기 내 탑재되는 정보처리 및 정보저장 반도체 소자,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이 유연해야 한다.
스마트기기의 성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가 중요하다.
트랜지스터의 성능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반응 속도, 컴퓨터의 처리 속도, 데이터 저장장치의 용량, 전력 소모량 등이 결정된다.
유기물의 유연한 성질을 이용한 유기 트랜지스터는 가볍고 유연하며, 소재의 가격도 저렴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무기물 반도체보다 구동 전력이 크고 반응시간이 느려 트랜지스터로서 성능이 제한돼왔다.
대다수 기업과 연구소 등은 반도체 소자를 조밀하게 배열하기 위해 포토리소그래피, 관통전극 등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소자를 깎고 붙여 만드는 수작업과 같아서 기술 난이도가 클뿐더러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무기 반도체에 적용되는 기술로 유기 반도체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간단한 전기화학적 공정으로 유기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산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애노다이징'(anodizing·양극 산화, 전극 표면에 산화알루미늄 산화막을 만드는 공정)을 적용해 깎아내고 붙이는 방식 대신 화학 반응으로 미세 구조체를 아래부터 쌓아올렸다.
전기화학적 처리만으로 나노미터(nm) 간격으로 미세하게 배열된 반도체 소자의 전극을 손쉽게 제작하고, 전자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수직구조 트랜지스터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제작된 트랜지스터는 기존 수평 방식의 유기 트랜지스터보다 구동 속도가 100배 빨라졌고 구동 시 흐를 수 있는 최대 전류는 1만 배 증가했다. 구동에 필요한 전압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임경근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궁극적으로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디스플레이, 센서, 반도체 소자와 같은 차세대 스마트기기의 개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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