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칼럼/정부의 불합리한 단열재 규제로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 다 망해간다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2-02-16 17:09:04
매년 업체 평균 20~30% 가량 매출 감소, 한해 평균 5곳 이상 문 닫아
잘못된 규제로 생존을 위한 업체들의 불법과 편법 부추기는 상황


정부의 불합리한 단열재 규제 정책으로 인해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들이 망해가고 있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스티로폼 생산업계의 특성상 위기도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가 준불연 단열재 규제를 바꾸지 않는 한 스티로폼 생산업체들은 시간 차이만 있을 뿐 전부 도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생산 원가는 올라가는데 실질적인 제품 단가는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다수 업체들이 전년도 보다 평균 20~30% 가량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1월 기준 2021년의 불황기 실적 보다도 20% 가량 줄어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최소한 5곳 이상의 업체가 문을 닫는 등 갈수록 폐업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수요가 줄고 있는 원인은 정부의 지속적인 단열재 준불연 강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수년전부터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 마다 정부는 단열재 효능과 상관없이 화재 성능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해는 바깥에 철판으로 감싼 샌드위치패널(복합자재)에 대해서도 내부 심재인 단열재를 준불연 이상으로 의무화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품질인정제도’를 도입해 복합자재를 포함한 주요 건축 자재의 제조부터 유통 및 시공 전 과정에서 품질을 검증키로 했다.
즉, 시공 현장이든 생산 현장이든 불시에 점검해 준불연 제품 여부를 단속한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정부의 단속과 점검에 대한 시스템 정비가 안 돼 앞으로 1년가량은 품질인정제도의 즉각적인 실시는 유예된 걸로 알려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단열재 단일제품에도 인정제도가 도입되기로 예정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스티로폼 업계의 생존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기단열재의 특성상 완벽한 준불연 이상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과 비용 상 문제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 단가의 실질적인 하락도 업체의 몰락을 유도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준불연으로 강화된 제도에 맞춘 원재료의 납품단가는 올라가는데 업체 간의 극심한 경쟁으로 완제품의 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싸면서도 우수한 단열 성능을 확보하고 시공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를 앞세워 한때 시장의 80~90%를 점유할 정도로 단열재의 맹주로 군림해왔다.
특히 가격이 여타 단열재에 비해 독보적으로 저렴해 쉽게 시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단열재 시장의 40~50% 점유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러한 하락 추세가 더욱 심화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준불연 강화 조치에 맞춰 가격이 비싼 페놀폼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마땅한 타개책이 없다,
준불연 기능을 제대로 보완한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하자니 가격이 비싸져 기존 준불연 단열재와의 경쟁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경우 경영 수지가 맞지 않아 여전히 살아남기가 힘든 상황이다.

 

<자칫 수만 명 종사자 길거리로 내 몰릴 수도 있는데 누가 책임 져야 하는 지>
 

이 같은 벼랑 끝에서 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생산 제품을 다양화 해 스티로폼이 아닌 여타 단열재를 만들거나 유통시키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서 결국은 스티로폼은 포기하고 여타 단열재 생산업체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다.
두 번째 선택은 스티로폼에 주력하지만 생산 단가를 낮춰 근근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다만 쉽지가 않다.
현재의 정부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스티로폼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만큼 업체 간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체의 선택지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 등의 조치가 없는 한 불법에 의한 생산 단가 절감밖에 없다.
규격 보다 낮은 함량으로 제품을 생산해 가격을 맞춰야 한다.
즉, 불법이나 편법을 동원하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생존이 어렵다고 봐야한다.

 

<정부는 귀 열고 소비자와 생산업자, 유통업자, 전문가 등 의견 듣고 다시 판단해야>

 

이 같은 업계의 문제는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준불연 규제 조치를 몰아붙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규제가 스티로폼 업계의 불법이나 편법을 만들어내고 자칫 수만 명의 종사자를 길거리로 내몰 수도 있는 것이다.
화재 날 때 마다 정확한 원인 분석도 없이 그저 불에 약한 단열재라는 올가미를 씌워 여론 재판을 유도한 결과가 오늘날 스티로폼 업계를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스티로폼 생산업체가 문을 다 닫으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지 참 답답하다.
단열 자재 자체의 효용성과 시공편의성 등이 담보됐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시장에서 서서히 퇴출되고 있는 이런 불합리성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 지 정부에 묻고 싶다.
화재 시 인명 피해를 키우는 근본적인 원인이 화재 방지시스템의 오작동에 의한 것이라고 실질적인 분석에 의해 밝혀졌음에도 무조건 유기단열재에 책임을 돌리는 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지 또 묻고 싶다.
정부는 귀를 열고 소비자와 생산업자, 유통업자,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다시 판단해야 한다.
스티로폼 단열재가 진정으로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제품인지 국민의 심판을 받아볼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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