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에 피해 집중
투발루 2060년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
기후변화 대응 위한 산업구조의 재배치 요구돼
[에너지단열경제]안조영 기자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호주의 산불로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던 곳을 떠났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산불 때문에 10억 마리의 동물 피해 뿐 아니라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호주는 그나마 다행이고 해수면의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가라앉고 있는 투발로는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60년 경에는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살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기온의 상승이 인류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으로 세계 평균의 3분의 1도 안되는 가난한 나라들이 피해를 고스란이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2천만명 이상의 기후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상 기후에 따른 최대의 피해자 기후난민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
지난해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가 지난 10년간 난민을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최신 보고서를 내 놓았다.
보고서는 매년 2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이재민 혹은 난민이 되고 있으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저소득 국가에서 특히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다.
'강제이주(Forced from Home)'라는 제목하에서 지난 10년간 매해 2000만 명이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을 만큼 기후변화와 관련된 재해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설명하고 있다.
사이클론·홍수·산불로 난민이 될 가능성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진 및 화산 폭발로 발생하는 난민보다 7배 이상 많고 분쟁 난민보다도 3배 높은 것으로 집계했다.
지금 세계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를 피할 수 있는 지역이 없다.
지난해 기후변화 영향으로 발생한 홍수와 산불이 유럽과 호주에서 발생해 수천 명이 대피할 만큼 선진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더 큰 피해는 저소득 국가가 보고 있다.
옥스팜은 "세계의 탄소오염에 가장 책임이 없는 저소득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인도·나이지리아·볼리비아 등 저소득 및 중저소득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은 극단적인 기상재해로 인해 집을 잃을 가능성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4배 높다고 밝혔다.
또 지난 10년간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로 피난을 떠난 사람의 80%는 아시아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옥스팜은 또 영토가 좁고 저지대의 개발도상국 섬나라들(SIDS: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은 특히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쉽다고 지적하고 있다.
쿠바·도미니카·투발루 등에서는 2008년~2018년 사이 인구의 약 5%가 기상 이변으로 대피했다.
투발루의 경우 나라를 이루는 섬 중 두 개가 이미 1999년도에 가라앉았다.
2060년 경에는 지구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IDS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유럽에 사는 사람들보다 극단적인 기상이변으로 집을 잃을 가능성이 150배 이상으로 예측됐다.
SIDS 국가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고소득 국가의 3분의 1에 불과해, 기후변화의 영향이 불평등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즉, 최악의 영향을 받는 이들은 항상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며, 특히 여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소말리아처럼 분쟁이 발생하는 나라는 특히 재해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태풍 등의 재해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처럼 느리게 진행되는 재해도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해안 농업지역이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거주민이 영원히 지역을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난민 문제는 사회에 불안정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열린 2019 아시아미래포럼을 통해 리처드 세넷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기후난민들은 현재 1억7천만명 규모에서 6억5천만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이는 난민은 물론이고 난민을 받아 줄 도시에도 모두 부담”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본국의 핍박이 입증돼야 하는 난민법상 기후변화에 따른 이주민들을 난민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세넷 교수는 당시 지적했다.
세넷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재배치”와 “특권층뿐만 아니라 빈곤층에게도 적용되는 기후변화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난민(environmental refugees)>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생존을 위협받아 본래 있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1985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서 최초로 사용된 뒤 널리 쓰이게 된 용어다.
기후난민, 생태학적 난민이라고도 한다.
환경 난민의 수는 이미 1998년에 전쟁 난민의 수를 넘어섰고, 2050년에는 많게는 약 6억 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 예상 세계 인구는 100억명 가량이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침수될 위기에 놓인 국가들에서 주로 발생한다. 거대강국들이 편리를 위한 무분별한 개발을 감행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이 원인이 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피지, 투발루,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 섬나라들에서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 외에도 폭우,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기후난민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투발루의 경우 남극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길 위기에 놓였다.
투발루는 9개의 섬 중에서 2개가 이미 가라앉았으며, 투발루 정부는 2001년 국토포기 선언 이후 주민들을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는 투발루 사람들의 단체 이민을 받아 주지 않고 있다.
또 뉴질랜드는 1년에 75명의 이주만 허락한 데다 까다로운 조건을 붙여 실질적 이주가 어려운 현실이다.
면적이 26km2에 불과하고 인구 1만 1,000명 정도로 지구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인 투발루는 해수면 9cm 상승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평균 해발 고도 2m 미만, 가장 높은 곳이 5m로, 매우 낮고 평평한 섬이라 피해가 더 컸다.
2060년에는 남은 섬도 모두 잠길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우기마다 홍수가 잦아져 주민들의 집이 물에 잠기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오는 2050년까지 국토의 17%가 침수되고, 약 20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하라사막 주위는 사막이 넓어지며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들어 사하라사막 주위의 농민들이 난민이 될 위기에 처했다.
몽골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그대로 유입되며 지난 2010년에는 영하 55도 이하로 떨어지는 극심한 저온현상이 50일이나 발생했다.
2016, 2017년에도 이와 비슷한 한파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유목민들의 가축이 많이 폐사하여 가축을 잃은 유목민들은 유목을 포기하기도 했다./안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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