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문제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1-02-17 08:54:39
극지방의 눈, 지하수와 수돗물, 생수 등 지구 전체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재활용되지 못하고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2차 미세플라스틱이 큰 문제



<미세플라스틱,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인간 포함한 생태계 파괴>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4년 미세플라스틱 오염을 전 세계 10대 환경문제 중 하나로 발표한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100nm(나노미터) 이상, 5㎜ 미만인 플라스틱’이다.
나노플라스틱(초미세플라스틱)은 1nm(나노미터) 이상, 100nm 미만이다.
100nm는 머리카락 굵기의 500분의 1 정도 길이다.
미세플라스틱은 발생 원인에 따라 1차 미세플라스틱과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1차 미세플라스틱은 인위적으로 만든 미세플라스틱이다.
치약, 세안제, 화장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대표적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제품의 파편이 풍화·마모되며 생긴 것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은 2차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지구 전체에 널리 퍼져 있다.
해양은 이미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극지방에 내리는 눈, 미국의 국립공원 지역에 내리는 비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지하수와 수돗물,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다.
국내도 피할 수 없다.
금강, 낙동강, 한강의 물과 어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고, 일부 수돗물 정수장에서도 검출됐다.
시판 천일염에도 국내산과 외국산 6종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굴, 홍합, 조개 등의 어패류와 해양생물, 닭, 꿀, 맥주, 천일염, 생수, 의약품 등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확인됐다.
플라스틱은 시간이 흘러도 쪼개져 더 작아질 뿐 완전 분해가 쉽지 않다.
미세플라스틱의 주된 배출원은 섬유와 타이어 조각, 운송 중 유실 등이다.
버려진 플라스틱 병에서 쪼개지는 미세플라스틱도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다.
자연환경에 있는 2차 미세플라스틱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형태는 미세섬유이다.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제품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약 1900개 이상의 미세섬유 조각이 방출되며 그중 일부는 세탁기에서 여과되기에 너무 작아 배수구로 배출된다.
타이어 분진도 주요한 미세플라스틱 중 하나이다.
타이어에서 갈려 나온 플라스틱 조각은 비와 바람에 쓸려 강으로, 바다로 향한다.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넣으면 코팅된 플라스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고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아기용 젖병에서도 검출된다.

<섭취로 인한 영양 감소, 내부 장기 손상, 염증 반응 등>


미세플라스틱은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물리적 영향은 영양 감소, 내부 장기 손상, 염증 반응 등이다.
생물의 체내에 들어와 소화기 내부에 상처를 입히고, 소화 작용을 약화시켜 질병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일 우려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 입자가 작을수록 더 위험하다.
입자가 작을수록 생체조직의 장벽을 통과해 혈관이나 모세혈관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의 화학적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가 침출되면서 생물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첨가제 중 프탈레이트, 비스페놀A 등은 대표적인 내분비계교란물질(환경호르몬)이다.
비스페놀A는 갑상선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고, 생식 독성과 발달장애 및 심혈관계질환을 유발한다.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원인이기도 하다.
프탈레이트는 생식계 발달장애, 기형 등 다양한 독성을 유발한다.
미세플라스틱에는 니켈, 납, 카드뮴 같은 중금속도 흡착된다.
납은 어린이에 대한 인지능력, 신경행동학적 이상 및 발달장애를 유발하며, 수은은 신장독성과 신경독성을 가지고 있다.
카드뮴은 폐암과 기관지암을 유발하며, 크롬은 만성 노출 시 폐암, 호흡기 천공이나 위축증, 피부궤양을 유발한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어종의 약 55~67%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가량으로 추산된다.

 

<첨가제로 인해 피부자극, 호흡기 문제, 심혈관 질환, 소화기 문제 및 생식 저해효과 등 발생>


학계에서는 인체에 침투한 미세플라스틱과 여기서 나온 첨가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 영향으로 피부자극, 호흡기 문제, 심혈관 질환, 소화기 문제 및 생식 저해효과 등을 거론한다.
특히 초미세플라스틱은 생체의 막을 관통해 동물의 혈액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섬유 형태의 미세플라스틱은 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연구원은 2019년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이 호흡을 통해 인체 및 호흡기관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폐의 섬모에 의해 제거되지만, 폐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직업적으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건강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이처럼 심각한 피해를 주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기는 했다.
유럽연합(EU)이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한 규제를 올해 시행한다.
화장품과 세제 및 유지 제품, 의료기기, 농업 및 원예 제품들이 대상이다.
우리나라도 규제에 나선 상태다.
‘세정’과 ‘각질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화장품 및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사용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올해부터 미세플라스틱 규제를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까지 넓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1차 미세플라스틱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활용되지 못하고 자연으로 흘러 들어가는 폐플라스틱 때문이다.
2차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폐플라스틱의 배출을 줄이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
결국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사용할 수 밖에 없다면 실질적 재활용으로 불리는 기능성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답이다.
미세플라스틱이 자연으로 배출되면 다시 수거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완벽한 재활용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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