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이자 침묵의 살인자 라돈 방출 석고보드 철거 시급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0-05-23 09:09:33
생산 판매 업체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책임져야
정부의 건축자재 라돈 저감·관리 지침서, 6월부터 시행
강제조항 없이 권고에 그쳐, 같은 발암물질 석면 철거조치와 대조
같은 라돈 방출돼도 중소 침대업체는 문 닫고, 석고보드 생산 판매하는 대기업은 특별한 규제없어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1군 발암물질인 석면과 마찬가지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방사성 물질 라돈을 방출하고 있는 석고보드에 대한 철거가 시급하다.
지난해 정동영 의원이 14개 광역지방자치단체(17개 중 경기·충남·제주 미제출)로부터 받은 '아파트 라돈 검출 피해 신고 접수 내역'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8월까지 5년간 16개 단지 1만8천682가구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방출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라돈은 석면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이다.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담배 다음으로 무서운 물질이다.
라돈은 토양에서 나오는 무색무취한 기체로, 강한 방사선을 내는 비활성 기체다.
미국환경청의 발표에 따르면 4피코큐리(pci/L)의 라돈 농도에서 장기간 거주할 경우, 흡연자는 1,000명 중 62명, 비흡연자는 1,000명 중 7명이 폐암에 걸린다.
일반적으로 라돈은 토양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토양에 밀접한 저층 지대일수록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파트 고층에서도 높은 수치의 라돈이 측정되고 있다.
고층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건축자재인 '석고보드' 때문이다.
특히 인산부산석고보드의 경우 일반 석고보드 보다 10배 이상의 라돈이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산석고보드의 주원료는 인광석이다.
인광석에는 우라늄 함량이 일반 암석보다 보통 2~5배 이상 들어가 있고 많게는 우라늄 함량이 10%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산석고보드의 시공이 거의 없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불과 2년여 전까지 아파트 등에서 라돈 방출이 많은 인산석고보드가 시공됐던 만큼, 석고보드를 사용해 지어진 집과 건물들에서는 누구도 발암물질 라돈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라돈 방출 석고보드와 관련해 곳곳에서 문제점을 제기하자 정부가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환경부, 국토교통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건축자재의 라돈 영향은 최소화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건축자재 라돈 저감·관리 지침서'를 공동으로 마련·발표하고 2020년 6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곧바로 시행하지 않고 올 6월을 시행 시점으로 잡은 것은 현재 국내에 4개 인증기관 밖에 없어 분석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건축자재의 사전 예방적 관리를 위하여 유럽의 관리방식인 '방사능 농도 지수'를 활용하여 기준치를 초과하는 자재의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특별한 규제는 없이 앞으로 방사능 농도가 낮은 제품을 쓰라고 권고한 것이다.
더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시공돼 지금도 라돈이 방출되고 있는 인산석고보드에 대한 처리 방안은 빠졌다.
지금 정부가 매년 수천억 원을 써가며 학교와 관공서, 일반 주택까지 석면을 철거 하는 상황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른 라돈기준은 권고기준으로 2018.1.1 및 2019.7.1. 이후 사업승인 된 아파트의 경우 각각 200베크렐 및 148베크렐이 적용된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는 이 기준마저 적용받지 않는다.
라돈이 방출되는 석고보드를 철거하지 않는 한 매일 매일 석면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얼마 전 침대에서 라돈이 방출된 업체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가 불매 운동과 소송 등으로 결국 문을 닫은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발빠른 대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발암물질을 방출하고 있는 석고보드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라돈이 방출된 것은 동일한데 침대를 생산하는 업체는 중소기업, 석고보드를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는 대기업이라는 차이 밖에 없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인산석고보드를 생산 또는 판매했던 업체가 지금도 석고보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철거에 나서게 해야 한다.
이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석고보드를 교체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부담케 하는 것이 시장의 논리이자 기업의 책임이라 보여진다. 



<라돈(radon)>
라돈은 원자번호 86번인 기체 원소로, 비활성 기체 족에 속하는 방사성 기체이다.
다른 비활성 기체들처럼 반응성이 매우 낮고, 자체의 색이나 냄새가 없는 기체이다.
라돈은 약 3.82일의 반감기를 가지는 방사성 원소이기 때문에 미국 환경보호국(EPA)에서 라돈 기체의 흡입을 흡연 다음의 폐암 요인으로 경고하고 있다.
과거에는 암 치료 등의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와 가스 누출 탐지 등에 라돈을 이용하였으나, 그 위험성 때문에 현재는 이용하고 있지 않다.
라돈의 전체 인체 노출경로 중 약 95%가 실내공기를 호흡할 때 노출된다.
대기 중의 라돈은 폐로 흡입되어 직접 α선과 β선을 내기도 하고 붕괴되어 딸 핵종을 생성하면 이들이 또 방사선을 낸다.
라돈 가스는 토양 속에서 대기 중으로 쉽게 누출되고 라돈 딸 핵종으로 불리는 반감기가 짧은 붕괴 생성물로 된다.
이 딸 핵종은 α선이라고 불리는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되고 우리가 호흡하는 대기 중의 에어로졸에 붙는다.
그 결과 라돈 딸 핵종은 기도에 존재하는 세포에 축적할 가능성이 있다. 기도에서는 α선이 DNA을 손상시킬 수 있다.
즉, 딸 핵종은 기관지나 폐포에 침착하고, α선을 계속 방출하기 때문에 세포 중의 염색체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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