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재 중소기업 대기업 쓰나미로 다 죽는다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0-08-29 10:02:33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내년 2월 시행 예정
모든 창고·공장 외부 준불연, 내부 난연 이상으로 단열재 화재안전 기준 상향
복합자재 심재 무조건 준불연 이상 적용, 대기업 생산하는 무기단열재 특혜 지적
대기업 LG하우시스, KCC, 벽산 단열재 공장 증설하고 시장 점령에 나서
중소업체들 “정부가 대기업에 특혜를 주어 중소기업을 죽이는 결과” 반발
중기 우수제품 만들고도 “정부와 공기업이 중소기업 제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페놀폼보드


중소기업이 주도해 왔던 단열재 시장에 대기업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단열재 규제를 강화한 건축법 일부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준불연 제품 시장에서 대기업의 강세가 예상돼 기존 중소업체의 경영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레탄폼과 스티로폼 계열의 유기단열재 생산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1일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과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10월 5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6개월 뒤인 내년 2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이후 범정부 화재대책 TF가 마련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이 대부분 반영된 내용이다.
단열재와 관련된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창고·공장 등에서 단열재에 대한 화재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전담감리를 규정했다.
공장, 창고시설, 위험물 저장 및 처리 시설, 자동차 관련 시설은 건축물 내부 단열재에 대해서도 불연재료·준불연재료 또는 난연재료를 사용하도록 하고, 건축심의를 통해 불가피함을 인정받은 경우에 한해 불연재료·준불연재료 또는 난연재료가 아닌 단열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이 경우 전담감리를 두도록 규정했다.
두 번째는 복합자재에 대한 화재안전기준 강화다.
복합자재를 마감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 불연재료 또는 준불연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처럼 입법 예고된 개정안 가운데 단열재 관련 내용은 당초 복합자재의 심재를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로만 한정했던 화재대책 TF의 당초 안 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나, 여전히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은 단열재의 원래 목적과 배치되는 내용이며 이중 규제(마감재와 단열재, 복합자재의 심재 등에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라스울 패널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통해 초점이 잘못된 과잉 규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감 재료가 아닌 건축 단열재에 대해 내 · 외부 마감 재료와 같은 기준을 들어 준불연 성능을 요구하는 것은 단열재의 원래 목적을 무시한 과잉 규제로 못을 박았다.
또 단열재에 국한된 기준은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인증 및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어렵게 하는 규제라고 밝혔다.
여기에 거듭되는 대형화재로 인한 건축법규를 강화하면서도 감독과 시행상의 문제점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며, 이를 소재에 대한 규제만 강화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선진국의 준불연 수준 제품도 결코 국내시험법에 의하여 준불연으로 합격될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엄격해 오히려 정부의 화재기준이 관련 산업을 고사시키는 행보라고 비판하고 있다.
스티로폼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도 동일한 입장이다.
내부 단열재까지 난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내부 단열재는 내화 석고보드(12.5㎝)로 마감 처리 해 내부마감재 전체를 불연재료화해 시스템적으로 화재안전 확보가 가능함에도 화재안전 성능만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열의 기능은 무시한 채 단순하게 그저 조금이라도 화재 성능이 나은 재료를 쓰라는 규제는 단열재 목적의 주종이 뒤바뀐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복합자재의 심재를 준불연으로 한정하는 것도 이중 규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복합재료의 특성상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준불연에 해당하는 표면재를 사용하여 제조한 제품임에도 내부 심재까지 규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공 시 표면재가 있는 상태에서 기준 성능을 충족시키면 복합재료의 목적과 용도에 맞다는 입장이다.
표면재까지 포함된 것이 복합재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표면재를 제거하고 심재 자체도 준불연 성능을 요구하면 이중규제, 과잉규제가 된다는 것이다.
우레탄업계와 스티로폼 업계는 더구나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가 대기업에 특혜를 주어 중소기업을 죽이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는 현 정부의 기업 상생이라는 국민공약과 배치되는 이율배반적인 편협한 정책으로 우레탄 단열재 시장 종사자 4천여명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스티로폼업계도 1만여명이 넘는 종사자가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업계의 대기업의 시장 점령 주장은 객관적 데이터에서도 상당한 신빙성을 지니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열재 생산 대기업들은 최근 들어 앞 다투어 공장을 증설하는 등 생산량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LG하우시스의 경우 최근 유기단열재 PF단열재 생산라인 증설을 위해 1194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LG하우시스 충북 청주공장에 새롭게 증설되는 4호 생산라인은 연간 1100만㎡ 생산 규모로 2022년 3월 완공될 예정이다.
증설을 완료하면 LG하우시스의 페놀폼(PF)단열재 총 생산규모는 현재 생산량(1900만㎡)보다 55% 이상 증가한 3000만㎡로 늘어난다.
PF단열재는 페놀 수지에 계면활성제 등 각종 첨가제를 넣어 배합한 뒤 발포 공정을 거쳐 제조하는 단열재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13년 10월 국내 최초로 고성능 단열재를 표방하며 PF단열재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 2호 라인과 올해 5월 3호라인을 증설한 데 이어, 이번에 4호라인 증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KCC와 벽산도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 생산량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KCC는 지난해 강원도 문막 공장의 그라스울 생산라인 2호기 증산공사를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2호기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 2만톤에서 2만6천톤으로 늘어났다.
KCC는 문막·김천·전주 1공장에서 단열재를 생산하며, 연간 생산량은 10만톤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연간 최대 가능 생산량은 13만톤 이상으로 예상되며 2017년에는 11만4548톤, 2018년 11만4395톤을 생산했었다.
(주)벽산은 여주공장 그라스울 2호기 생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여주 2호기 생산라인 증설이 완공되면 연간 8만톤의 그라스울을 생산하게 된다.
익산공장 1~2호 생산라인은 6만톤, 여주공장 1~2호는 2만톤 생산이 가능하다.
벽산은 여주 2호기 증설과 함께 시장 상황에 따라 익산 공장 그라스울 생산라인 3호기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단열재 공장을 크게 증설하는 것은 해외 수출(PF단열재)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건조(그라스울)에 들어가는 단열재의 사용이 늘어난 것도 있으나, 중소기업이 그동안 주도했던 국내 단열재 시장을 충분히 잠식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단열재에 대한 화재안전성능이 준불연 이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대기업이라는 인지도와 홍보 및 자본을 내세워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준불연 단열재가 보편화되면 대자본으로 압도적인 유통망을 지니고 있는 대기업들은 광고와 홍보를 통해 기존 중소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유기 단열재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티로폼 패널

 

이에 대항하는 중소업체들은 자본 부족으로 급속하게 시장을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리 이런 상황을 예측한 유기단열재를 생산하는 일부 중소업체들은 우수한 준불연 제품을 이미 만들었지만 정부와 산하 기관의 홀대로 시장을 확대하지 못했다.
일부 공기업 등에서는 중소업체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에 대비해 뒤늦게 준불연재를 생산에 뛰어든 상당수 중소업체들은 자본과 기술 부족으로 목표하는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업체들은 내년부터 준불연 제품이 보편화되면 생산성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영 악화로 문을 닫거나, 기존 유기단열재 생산라인을 폐기하고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변모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는 단열성능 최적화 제품인 유기질 단열재의 대부분은 중소기업들의 최종 생산품목이고, 화재 성능만 고려한 무기질 단열재는 대기업들의 생산품목인만큼 현 개정안대로 확정되면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도 준불연 제품으로 보편화하는 것은 대기업만 살리고 중소기업을 죽이는 일방적인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제품인 페놀폼보드는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검출량에 대한 정확한 검증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없이 통용시키고 있는 것이 실제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기회에 성능에 미달하는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가 저가 공세를 펼치며 들어와 국내 중소기업이 도산하거나 폐업으로 인한 시장을 차지해 국부의 유출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라스울에 대해서도 지붕재로 사용 시 수분으로 인한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구조안전성의 문제와, 제품 생산 과정이나 시공 시 피부에 따끔거리는 현상이 생겨나는 등의 건강상 검증도 정확하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폐기 시 마땅한 방법이 없어 주로 매립에 의존하는 만큼 매립지 확보와 매립 후 산성도가 높은 침출수 발생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히고 있다.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생산업체들은 이번 개정안의 단열재 규제가 이천 화재 등에서 가연성 단열재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데서 시작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출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화재사고의 원인은 안전수칙의 불이행, 과도한 입찰 경쟁에 의한 정상품질의 미확보, 불법 · 편법 시공, 무리한 공기 단축으로 인한 병행 불가 작업의 강행 등에 의한 문제점에서 시작됐다고 밝히고 있다.
화재발생 초기의 스프링클러 작동, 방화셔터 작동, 제연설비 작동, 대피로 확보 등이 시스템화 되지 못해 사고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단열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미비와 제대로 되지 않은 작동의 문제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유기단열재 중소업체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2월부터는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여 중소업체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개정안과 맞물려 더욱 공격적인 마켓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기업의 쓰나미 속에서, 정부와 소비자의 중소업체에 대한 관심마저 멀어질 경우 최악의 도산 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국내 단열재 시장 규모는 1조5천억원대로 추정되며 그린리모델링 등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힘입어 곧 2조원대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고성능 단열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까지는 15%였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부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 2022년에는 3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 에너지단열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