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기계 교란 물질 암 유발, 인간의 폐세포 염증성 화학물질 생성
[에너지단열경제]박장수 기자
미세플라스틱의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은 주목돼 왔으나 미세플라스틱이 실질적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매주 평균적으로 한 명이 신용카드 한 장에 해당하는 5g의 미세 플라스틱 2000여개를 섭취하고 있다는 분석을 세계자연기금(WWF)이 내놓으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인간의 폐 세포에 염증성 화학물질을 생성한다는 점도 확인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물질로 드러나고 있다.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사용되는 화장품이나 세정제에도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실체를 분석해 본다.
<미세플라스틱 위협>
소화기관, 림프액, 간문맥에 흡수, 0.1㎛ 이하 나노 크기는 혈액, 뇌장벽 및 태반 장벽통과
WHO, 소금, 설탕, 꿀, 맥주에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5㎜(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 이하 크기의 플라스틱을 말한다.
생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진 것은 물론 인위적이나 자연적으로 마모된 플라스틱 모두 미세 플라스틱에 해당한다.
미세 플라스틱의 범위는 매우 넓다.
치약이나 각질 제거제 등에 들어있는 플라스틱은 1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불린다.
플라스틱 물병 등은 생산 당시의 크기는 크지만 마모된 이후 5㎜ 이하가 된 2차 미세 플라스틱이다.
더 작은 종류인 나노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이 훨씬 많이 분해된 것으로 크기는 100nm 미만이다.
올해 발표된 'Animedia Science'에 의하면 마이크로플라스틱에서 나노플라스틱으로 붕괴되는 데 수십 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초미세입자로 붕괴되면 그 이전의 크기의 입자에 비하여 숫자, 생물이용도, 섭식생물, 독성, 검출 및 수집처리 등에 어려움이 가중된다.
이와 같은 플라스틱 입자 크기에 따른 포유류의 체내 흡수 가능성을 살펴보면 먼저 150㎛ 이상의 경우 소화기관, 150㎛ 이하의 경우 림프액, 100㎛의 경우 간문맥에 흡수되고, 마지막으로 0.1㎛ 이하, 즉 나노 크기에 도달하면 혈액, 뇌장벽 및 태반 장벽을 통과하여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난 6월 세계자연기금(WWF)은 2019년 6월 12일 호주 뉴캐슬대와 함께 진행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결과 “매주 평균 한 사람당 미세 플라스틱 2000여개를 섭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5g으로 신용카드 한 장 수준이다.
한 달이면 칫솔 한 개 무게인 21g, 1년이면 250g 넘게 섭취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또 올해 뉴스위크(Newsweek)지는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사례들을 보도하였다.
보도에 따르면 인간의 배설물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매년 무심코 수천 개의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를 먹는다고 밝히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연구원들은 전 세계에 있는 총 8명의 대변 샘플을 연구했고, 이 모든 사람의 대변에서 플라스틱의 아주 작은 조각들이 발견되었다.
매년 플라스틱이 3억 5천만톤 이상 생산되고, 그중 일부는 환경으로 유입된다.
미국 내과학 회보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저널에 실린 이 연구의 저자들에 따르면, 이 입자들은 5밀리미터 미만의 작은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하는데, 이것들은 처음부터 그 크기로 생산되었거나, 더 큰 플라스틱에서 마모되면서 생겨났다고 밝혔다.
일본, 러시아,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에 사는 성인 대변 샘플 제공자 8명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샘플을 채취하기 전 6~7일 동안 먹은 음식을 기록하였고, 연구원들에게 참가자들이 사용한 치약, 껌, 화장품의 성분도 알려주었다.
오스트리아 빈 의과대학과 오스트리아 환경청의 과학자들은 대변에서 전형적인 플라스틱 10종을 찾았다.
사람의 대변 10g당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평균 20개 정도 있었다.
성인 대변 무게의 평균은 약 100g이다.
참가자들이 먹은 음식 대부분은 플라스틱 용기로 제공되거나 보관되어 있었다.
7명은 플라스틱 용기에 있는 음료수를 매일 마셨고, 6명은 해산물을 먹었으며, 그중 3명은 합성고분자가 함유된 샤워젤, 얼굴 세정제, 핸드크림 같은 화장품을 사용했다.
폴리에틸렌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연구원들이 발견한 것 중 가장 흔한 플라스틱이었다.
폴리에틸렌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플라스틱으로 쇼핑백과 같은 제품을 만들 때 사용되며,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는 영구 압착 직물, 사진 필름, 플라스틱 병과 같은 품목에 사용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들이 물과 공기뿐 아니라 식품 생산 공정, 준비, 포장 등 다양한 공급원에서 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한 명당 연간 13,731개에서 68,415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공기 중에서, 4,400개에서 5,800개를 수돗물에서, 123개에서 11,000개를 조개류에서, 37개에서 1,000개를 소금에서 섭취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인간이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의 기원과 장 흡수 가능성,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결론지었다.
지난 세기 동안 폭발적인 플라스틱 생산의 여파로, 과학자들은 환경과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 '네이처 지구과학회지(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산악지대의 외딴 지역에서 오염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공기를 통해 최대 100km 또는 62마일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영국 해안에 떠밀려온 바다 동물의 소화 기관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찾는 또 다른 과학자팀은 그들이 실험한 모든 생물에서 그 물질을 발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미세 플라스틱의 가장 흔한 발생 원인은 지표 유출수, 산업 폐수 등”이라고 밝히며 “미세 플라스틱은 폐수 처리 과정에서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와 같은 수중 생물과 동물에 의해 소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소금, 설탕, 꿀, 맥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은 검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대 김승규 교수 연구팀과 그린피스의 공동 연구에선 6개 대륙 16개 나라의 바닷소금 28가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소금에선 무려 1㎏당 1만3629개 조각이 검출됐다.
국내 3곳에서 생산된 바닷소금에서도 1㎏당 100~200개나 발견됐다.
해양으로 유입되는 가장 큰 미세플라스틱 공급원은 세탁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성섬유로서 전체 발생 원인 중 약 35%를 차지한다.
두 번째가 타이어(28%), 세 번째가 도시 먼지로부터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의 하수처리 시스템에서는 이와 같은 미세입자를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해양뿐만 아니라 식수원으로 이용하는 담수 수계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의 오염 수준은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유럽 다뉴브강·라인강·제네바 호수, 미국 오대호(Great Lakes)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와 중국 삼협댐이나 양자강 하구, 그리고 중국의 주요 공업 벨트 지역인 동해 연안을 중심으로 미세플라스틱이 높은 농도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일리노이 지하 대수층에서도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에 따르면 극지방이나 청정지역에도 대기권의 흐름을 따라 미세플라스틱 발생원이 오염지역으로부터 이동하여 해당 지역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해류 및 대기 이동에 편승하여 우리 해역까지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의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즉 미세플라스틱은 어떤 특정 지역의 국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해류의 이동과 동시에 대기 중의 기류에 따라 얼마든지 청정지역이라고 하는 곳에도 의심할 여지없이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와 대책>
플라스틱 화학 물질에서 암 유발 내분비계 교란 물질 생성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생산 금지
재활용 프로그램 개선, 쓰레기 제거 우선돼야
일부 연구에선 미세 플라스틱이 해로운 이유를 밝혀내고 있다.
플라스틱의 일부 화학 물질인 PVC의 염화비닐이나 BPA와 프탈레이트 등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와 있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은 티백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다양한 분량으로 나눠 ‘다프니아 마그나’라는 물벼룩이 서식하는 물에 넣었다.
그 결과 물벼룩이 죽지는 않았으나 수영을 이상하게 하는 등 일부 이상 증세를 보였고, 모양 역시 변형된 것을 확인했다.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된 물벼룩은 부푼 껍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코틀랜드 네이퍼 주립대학에서 진행된 시험관 연구에선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폐 세포에 염증성 화학물질을 생성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 물, 식량 공급원에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섭취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영국,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선 마이크로 비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2015년 미국은 국제적으로 가장 먼저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생산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7월부터 화장품, 치약 등에 사용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했다. 2010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보다 무려 170배 증가했다.
2050년에는 2010년에 비해 110배를 초과하는 330억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대체재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체재 개발의 경우 완벽한 생분해 제품부터 시작하여 기존의 플라스틱에 녹말, 전분 등을 혼합하여 포장 용기 등의 제품도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WHO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과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일상적인 생활환경과 인식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재활용 프로그램 개선, 쓰레기 제거, 순환 해결방안 개선 및 환경으로의 산업 폐기물 투입 감소가 포함된다.
<마이크로 비즈>
최대직경이 5mm 이하 고체 가공 플라스틱 입자
화장품과 비누, 얼굴 스크럽, 치약 등에 포함
마이크로비즈는 최대직경이 5mm 이하인 고체 가공 플라스틱 입자다.
상용 입자의 크기는 10마이크로미터(0.00039인치)에서 1밀리미터(0.039인치)에 이른다.
마이크로비즈는 주로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지나,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스타이렌과 같은 석유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이크로비즈는 화장품과 비누, 얼굴 스크럽, 치약과 같은 개인 생활용품 등에 박리제로서 첨가된다.
일반의약품에 첨가되기도 한다.
생명의학 및 보건과학에서 마이크로비즈는 현미경 기술, 유체 시각화, 유체 흐름 분석 및 프로세스 문제 해결에 사용된다.
공의 형태로 입자의 크기가 균일한 마이크로비즈는 크림 및 로션에 볼 베어링 효과를 만들어 부드럽게 하고, 잘 펴지게 한다.
부드러운 성질과 둥근 모양은 윤활효과도 있다.
색을 첨가한 마이크로비즈는 화장품을 눈에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마이크로비즈는 배수관으로 씻겨 내려가는데,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이나 운하로 흘러가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마이크로비즈는 살충제나 다환 탄화수소와 같은 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농축시킬 수도 있다. 고농도의 마이크로비즈는 담수와 해양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 주립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오대호 수면의 제곱마일 면적 당 1500에서 110만 마이크로비즈가 있다고 한다.
작은 물고기, 양서류와 거북에서부터 새와 더 큰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야생 동물이 마이크로비즈를 그들의 먹이로 착각한다.
이러한 플라스틱 섭취는 이 동물들뿐만 아니라 먹이 사슬에서 더 높은 다른 종들에게도 독성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운반된 유해한 화학 물질은 폴리 염화비페닐 (PCBs), DDT 및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s)와 같은 물 표면에 모이는 소수성 오염 물질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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