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칼럼/미봉책으로 일관하는 국토부의 단열재 정책과 규제

칼럼 / 이승범 기자 / 2021-03-18 11:04:06
국민위해 봉사한다는 자긍심과 사명감 찾기 힘들어
단열재 관련한 조치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한그루에 매달려
대기업 생산 제품 감독과 관리 소홀, 중소기업 고사 방치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규제, 형평성과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지 검토할 때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LH공사(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사내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사태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집 한 채 마련이 꿈인 서민들과 사회에 첫발을 막 디딘 청년들은 이 같은 부도덕한 행태를 보고 충격을 넘어 살기 싫어질 정도다.
이번 사태는 국가 일에 종사 하면서도 황금만능주의, 배금주의에 찌들어 돈이 최우선가치가 된 LH 직원 당사자들의 부도덕성으로 발생했다.
여기에 산하 공기업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국토부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이번 사태 전에 일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공공연한 비밀로 언젠가는 터질 것으로 예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담당부서에서 지금껏 관리와 감독을 방치하고 있었을 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두 가지의 추론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위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아직은 사회적으로 불거지지도 않았는데 굳이 파헤쳐서 사회여론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갑자기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이 싫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공정과 평등, 정의를 내 건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이지만 그저 정부의 구호일 뿐 월급 받고 사는 단순 직장인으로 생각해왔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하기야 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자긍심과 자부심 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공무원을 택한 사람이 더 많은 현실에서 이들만 특정 해 사명감과 도덕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최단 시간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과 수출 7위 국가라는 위업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정부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공무원들에게 힐난을 퍼 붓고 싶지는 않다.
사명감으로 일하며 경제적으로는 정말 소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무원들도 많다.
문제는 이번 사태에서 보여 주듯이 최소한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공무원만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사전에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다만 건축 마감재와 단열재 분야에서 상식적이지 않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던 국토부의 행태를 지켜봤던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번 사태가 그리 놀랍지 않고 곧바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근시안적인 태도로 우선 편한 조치만 해오던 관행을 봐왔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물류창고와 공장, 병원 등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때 국토부는 미시적이고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만 보여 왔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후 예방을 위해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기 식 조치로 일관했다.
물류 장고의 화재와 이로 인한 인명 피해 원인이 화재예방 시스템의 결여와 관리와 감독의 부주의에 의한 인재로 밝혀진 만큼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맨 먼저 취한 조치가 우선 불타기 쉬운 것부터 못쓰게 한 것이다.
이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다 불에 타기 쉬운 것이다.
불에 탈 수는 있어도 굳이 사용하는 것은 효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물류 창고의 샌드위치 패널 심재가 불에 약한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 등의 유기단열재라는 이유를 들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했다.
한 술 더 떠 아예 심재로 그라스울이라는 무기단열재 가운데 하나의 제품을 특정했다가, 특혜라는 주장에 슬그머니 준불연 이상 등급으로 물러났다.
그동안 시공 현장에서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로 유기단열재를 사용해 왔던 것은 무기단열재에 비해 단열 효율이 높고 비용 경쟁력과 시공 상의 편리함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수만 명의 유기단열재 생산과 유통업자들의 생계가 달려있는 조치를 군사정권 시절처럼 일방적으로 내렸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
이들 업체들이 대기업이 아니고 힘없는 중소기업이라 이렇게 쉽게 일방적으로 조치를 할 수 있었지 않았을 까라는 의문마저 들게 한다.
국토부의 조치는 초등학생한테 물어봐도 무리가 있다는 답변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타다 교통사고가 많이 나니 외형을 장갑차 수준으로 만들거나 자동차를 전부 없애 버리자는 조치와 비슷하다.
호텔이나 백화점, 마트 등에 화재 시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불에 타는 제품은 사용을 금지하는 것과 같다.
정부의 조치가 타당하다면 불에 강한 콘트리트나 철골로만 짓고 내부 장식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으니 가연성 제품인 장식이나 소파, 커텐, 바닥재, 침대도 철로 만들거나 다 없애야 한다.
참 한심한 조치다.
국토부 개정안 보다 더 강화된 오영환의원이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충정에서 발의됐다고 생각되나 숲을 보지 못하고 한그루의 나무만 보는 듯해서 안타깝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잇따른 건축법 개정안이 중소기업 운영자와 종사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이
밀어붙여져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점이다.
유기단열재 업계는 국토부의 행태에 대해 형평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모든 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라스울을 생산하는 업체가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만 희생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입장을 바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만드는 유기단열재 업체가 대기업이고 그라스울을 생산하는 업체가 중소기업이었다면 이런 조치가 쉽게 결정될 수 있었냐는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유기단열재 제품 가운데 대기업이 생산하는 페놀폼의 사례를 들어서도 정부가 대기업에 대해서는 한없는 아량을 베풀어주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다.
일찍부터 준불연 성능을 표방한 페놀폼에 대해서는 환경과 시험 검사의 적합성에서 정확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허용 기준치 초과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결론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론이 유보되면서 페놀폼의 시공은 늘고 있는데 만일 추후에라도 유해물질 기준치 초과 방출로 사용이 금지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궁금하다.
인산석고보드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방출돼 몇 년전부터 사용이 금지된 사례에 비추어 조속한 결론이 필요하다.
또 페놀폼은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 성능 및 화재확산 방지구조 기준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오는 6월부터 난연 검사 시 앞면과 뒷면, 측면의 3개면에 대한 화재 안전 성능을 시행한다.
현행 법으로도 앞면과 뒷면 두 개면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하는 이종단열재이나 시험기관에서 은박지가 붙어 있는 한 개면만의 성능 시험으로 준불연 성능을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다.
부직포가 붙은 면은 공인 시험기관에서 준불연이 나오지 않는 것이 수차례 확인됐음에도 특별한 조치 없이 시험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토부는 조속히 결론을 내리거나 감독과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서 업계와 여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국토부는 이번 부동산 투기 사태를 계기로 지금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규제가 형평성과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지를 살펴야 한다.
또 국민이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하는 조치들이 내려지고 있는 지를 확인해 심도 있게 검토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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