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 의원 건축법 개정안, 300개 이상 중소기업 퇴출과 근로자 1만 명 일자리 잃는다/경기대 화공과 김상범 교수

기고 / 이승범 기자 / 2021-03-07 11:14:51
정부 ‘2050년 탄소 중립’ 정책도 역행, 단열재 첨단시대에서 석기시대로 회귀
화재 인명피해 확대는 부주의와 안전 수칙위반 때문, 유기단열재가 원인 아니다

                            경기대학교 화학공학과 김상범 교수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대통령이 지난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내용이다.
이에 앞서 2020년 9월 국회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담은 초당적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혹은 국제 무역질서 대응을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의 탄소중립선언은 매
우 옳은 결정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과제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확대와 수송부문 온실가스 제로 및 건물의 에너지 효율화 등을 과제로 삼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건물부문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4만6911ktoe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약 20%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탄소중립을 위해 건물
단열성능향상은 필수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큰 그림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의 그림은 바르게 가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2월 단열재의 난연 성능을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의 핵심내용은 `앞으로 사용되는 단열재는 심재만으로 준불연 등급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용화된 단열재중 심재만으로 준불연 성능을 나타내는 유기계단열재는 전 세계적으로 없으니 실질적으로 폴리우레탄 폼이나 폴리스티렌 폼과 같은 유기계 단열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법안인 것이다.
유기계 대신 사용되는 소재로는 글라스울과 같은 무기계 단열재가 주로 사용된다.
글라스울은 유기계단열재인 스티로폼대비 30%, 폴리우레탄 대비로는 50%이상 단열성능이 떨어진다.
이는 그만큼 에너지를 더 사용하거나 건물 벽체 두께가 더 두꺼워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동일 평형이라도 집의 크기나 사무실의 크기가 증가한 벽체 두께만큼 줄어들게 되고 에너
지는 더 소비되게 되며, 같은 면적으로 하려면 골조가 커져야 하고 창호의 프레임이 바뀌어야
하는 등 엄청난 공사비의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정부시책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법안이다. 최소한 단열재 시장에서는 첨단
시대에서 석기시대로 되돌아간 셈이다.
법령을 발의한 의원은 수많은 화재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며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소방관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화재현장에서 발생되는 연기에 질식되어 사람들이 숨져가는 안타까운 현장을 지켜보았고 그러한 일들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에 법안을 제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시행되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단열재를 준 불연으로 만들어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
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고려한 잘못된 처방이다.
지금까지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재의 원인은 대부분이 부주의와 안전 수칙위반 때문임은 이미 이천화재 사건을 비롯한 수 많은 화재사고의 원인 규명에서 밝혀졌다.
실례로 2018년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의 경우 47명이 사망하고 140명이 부상당하는 등 총 18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으나, 2021년 경남 남해의 한 대형 병원에서 새벽에 발생한 화재사고에는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병원 화재임에도 사망자의 차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사용된 단열재의 난연성 차이가 아니라 화재예방 시스템에 있었다.
밀양 세종병원은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남해 병원의 경우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 방화문등 화재경보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여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주로 입원해있고 화재가 새벽에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두 사건은 화재 발생 시 무엇이 인명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법안에서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열재의 심재를 준불연으로 못 박고 있으나 이는 화재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다.
건축물에 사용되는 내단열재는 벽체 속에 들어간다.
이는 화재시 건물 내부에 있는 소파나 침대, 가전제품 등에 불이 붙은 후 맨 마지막으로 단열재에 불이 붙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침대나 소파, 책상등과 같은 가구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하고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다음에야 벽체 안에 있는 단열재에 불이 붙게 된다.
따라서 벽체 안에 있는 단열재를 불이 거의 붙지 않는 준불연 소재로 바꾼 다고해서 인명피해나 화재를 막을 수는 없다.
종이나 가구를 모두 불에 붙지 않는 소재로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때문에 소위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화재 예방을 위해 단열재에 우리나라와 같이 엄격한 준불연 등급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스프링클러나 조기경보기 방화문과 같은 화재 예방 및 억제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단열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한
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단열재의 난연 성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
단열재의 준불연 성능이 과연 단열재의 우수성을 담보 할 수 있는가?
대답은 “아니요”이다.
단열재를 사용하는 기본목적은 단열성능에 있다.
아무리 난연성능이 우수한 단열재라 하더라도 단열성능이 떨어지면 그 제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된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열재관련 연구자의 주 관심사는 단열성능 향상에 있지 난연 성능 향상에 있지 않다.
대통령께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였다.
그러나 이번 단열재 관련 법안으로 최소 3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퇴출될 것이고 이로 인해 근로자 1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기존 건축법의 준불연재의 성능을 만족하게 위해 면재나 코팅재료를 개발하여 공장을 증설 또는 신설한 기업들은 수백억원의 투자금액을 날리게 되었다.
단열재의 심재가 준불연재가 된다고 화재예방으로 인명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능은 떨어지면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로 예방효과도 없는 법안은 중지되어야 한다.
화재로 인한 피해 방지는 화재예방방지시스템에 있지 종이를 불타지 않는 소재로 바꾸는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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