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 사단’ 구축 위해 회삿돈 20억 지불

사회 / 김경석 / 2019-03-24 11:01:27
정치권 인사·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 경영고문 위촉
수백억 대 정부 사업 수주·각종 민원 해결사 역할 맡아
▲ KT가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정치권, 군·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으로 이른바 ‘로비 사단’을 구축해 약 20억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주주총회에 참석해 주주들의 발언을 듣고 있는 황 회장. /에너지단열경제DB

 

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24일 “2014년 1월 황창규 KT 회장 취임 후 정치권 인사와 군인, 경찰, 고위 공무원 출신 등 14명에게 고액의 급여를 주면서 민원해결 등 로비에 활용해왔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이날 공개한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위촉된 ‘KT 경영고문’ 명단에 따르면 KT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 등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을 ‘경영고문’으로 위촉하고 매월 ‘자문료’ 명목의 보수를 지급했다.

KT는 이들에게 공식 업무 없이 자문 명목으로 수천만~수억원을 지급했으며, 지급된 자문료 총액은 약 20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KT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는 다른 외부 인사로, 그 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 등 다양한 명칭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렸으며, 이번 명단 공개로 실체가 더 분명해졌다.

친박 실세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 측근은 3명이나 위촉됐다. 이들은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 출신이다. 위촉 당시 홍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방위) 위원장이었다.

2016년 8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한 남모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18대 대선 박근혜 캠프 공보팀장을 지냈다.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매월 603만원을 받고 KT 경영고문으로 활동했다.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활동한 이모씨는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 경력을 발판으로 KT에 영입됐다. 정치권 출신 고문들은 매달 약 500만~8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군, 공무원 출신 경영고문은 정부 사업 수주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 2016년 KT가 수주한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는 경영고문 남모씨가 등장한다.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 군 통신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예비역 소장이다. 국방부의 사업 심사위원장은 남씨가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KT가 남씨를 내세워 750억짜리 사업을 수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KT와 직접적 업무관련성이 있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 고위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에 위촉됐다.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경찰 출신 고문은 사정·수사당국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정보관) 등 ‘정보통’들로 골랐다.

KT는 이철희 의원의 줄기찬 요구에도,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지 못했다. KT 직원들은 물론 임원들조차 이들의 신원을 몰랐다.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다.

실제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았을 때다.

정치권 줄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로비의 대가로 정치권 인사를 ‘가장 취업’시켜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했다면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철희 의원은 “황 회장이 회삿돈으로 정치권 줄대기와 로비에 나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2017년 말 시작된 경찰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황회장이 임명한 경영고문들의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경찰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제에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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