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당사자와 전문가, 소비자의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절차의 하자도 명백
대형 화재는 안전시스템 작동되지 않은 명백한 인재(人災), 애꿎은 단열재만 규제
지난해 6월 오영환 의원이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 3법’ 법안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고 있는 모습
<불에 약하다는 이유로 효용 높은 제품 시장 배척은 矯角殺牛(교각살우)의 우 범하는 것>
오영환 민주당 국회의원(의정부시 갑)이 발의해 국회를 통과한 건축법 개정안이 시행을 앞두고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재 사고의 아주 작은 원인을 침소봉대해 모든 원인인 냥 규정짓고, 규제를 강화해 주요 제품의 자유시장 경쟁을 막은 비상식적 법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안 개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는 물론 전문가와 소비자의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절차의 하자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10년여의 소방관 생활을 거쳤던 오의원은 화재 예방과 국민 안전을 위한 법의 제·개정 노력에 그 누구 보다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 3법’이다.
건축법, 산업안전법, 소방시설법의 3개 법안으로 건설현장 대형화재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가운데 건축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나머지 두 개 법안은 계류 중이다.
문제는 시행을 앞둔 건축법 보다 계류 중인 두 개의 법안이 화재 예방과 화재 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법안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오의원은 생명존중 3법 가운데 화재 원인 제거와 대형사고 예방이라는 본질과는 다소 동떨어진 건축법 개정안에 총력을 기울여 국회를 통과시켰다.
상식적으로 앞뒤의 순서가 맞지 않는다.
오의원은 화재 시 불이 잘 안 붙는 것에만 집착해 무조건 가연성 단열재를 배척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단열재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납득하기 힘든 법안이다.
불에 약하다는 이유로 효용 높은 제품을 시장에서 배척한다는 것은 矯角殺牛(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오의원은 지속적으로 건축법 개정안의 통과가 본인이 입안한 여러 가지의 법률 개정안 가운데 가장 시급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본인의 의지대로 건축법 개정안이 먼저 통과됐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앞뒤가 바뀐 것이다.
이번 건축법 개정안의 골자는 공장 및 창고, 다중이용시설 등 시설에 사용하는 마감재, 단열재 및 복합자재의 심재를 화재 안전 성능 준불연 이상 등급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건축법이 시행되면 복합자재의 내부에 들어가는 심재도 화재 안전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우레탄폼과 스티로폼의 단열재 사용은 물론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에도 이들 제품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오의원은 소방관 출신으로 화재 발생 시 가연성 제품에서 방출되는 유독가스로 인해 사람이 대피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확신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논리다.
문제는 인명 피해를 키웠던 커다란 원인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보여 지는 하나의 단편적인 상황에만 너무 집착해 모든 원인을 가연성 단열재로 몰고 있는 점이다.
그저 불에 약하니 화재 시 인명 피해의 모든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악의 축처럼 시장에서 강제 퇴출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오의원 발의한 산업안전법과 소방시설법이 실질적인 화재 예방과 국민 안전 위한 법안>
현실적으로 오의원이 발의한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 3법’ 가운데 산업안전법과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고 시행된다면 이번 건축법 개정안은 실질적으로는 전혀 필요가 없는 법안이다.
오의원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건설공사 현장에서 위험 물질 취급 작업과 용접·용단 작업을 동시 진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인화성 물질 취급 시 통풍 및 환기 조치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또 용접·용단 작업 장소에는 화재감시자 배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 등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벌칙을 강화했다.
소방시설법 개정안에서는 공사현장 안전관리를 위해 건축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하는 경우, 소방안전관리자 및 소방안전관리보조자를 선임하고 헹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에게 이를 신고토록 했다.
이 두 개의 법안대로 현장에서 차질 없이 제도화 된다면 화재 발생의 씨앗이 사라지고 이로 인한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사 현장의 경우 그동안 제대로 소방안전관리자 선임이 되지 못한데다 인화성 물질 취급과 용접과 용단 작업이 동시 진행되는 사례가 많아 항상 발화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또 화재 시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한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실제 이천물류 창고 화재의 원인으로 피난 경로와 탈출구의 폐쇄, 환기시설 미작동, 방화벽 부재,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 재난시스템의 붕괴로 결론 내려진 바 있다.
재난시스템의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안전관리 공백이 빚은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지난 10일 발생한 남양주시 다산동 주상복합건물의 당시 화재 현장 모습
반면에 얼마 전 대형 화재가 발생한 울산의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한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물류 창고 화재에 비해 많은 인명 피해가 우려됐으나 재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면서 인명 피해를 막은 것이다.
이처럼 현장의 감독과 시스템, 작업자의 부주의에서 발생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단열재만 규제하는 건축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오의원의 생각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본다.
“반복된 대형화재는 국민의 생명,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 논리를 앞세운 땜질식 대책 때문이며, 화재로 인한 대형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가연성 건축자재에 대한 화재안전성능 강화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대형화재 현장을 직접 겪어본 소방관 출신으로서, 건축자재의 내부 심재까지 화재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건축법’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소방관 출신으로 화재 현장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해야한다는 사명감의 발로로 보여 진다.
하지만 오의원이 숲은 보지 못하고 숲속의 병든 나무 한그루 때문에 전체 숲을 없애자는 우를 범한 듯해 아쉽기만 하다.
단열재가 만들어진 가장 큰 목적은 에너지 절감을 위한 단열의 필요성 때문이다.
소비자는 적은 비용으로 단열효과를 내는 효용성과 시공의 편리성 등이 확보된 제품을 쓰고 싶어 한다.
오의원의 생각대로 단열재가 화재의 발생과 인명피해를 키운 100% 원인이라면 이번 건축법 개정안을 찬성하지 않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로 접근해 살펴보면 단열재의 가연성 유무는 실질적인 화재 원인과 피해 확대에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가 없다.
오의원은 경직된 사고로 수만 명이 종사하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생산업계를 도산의 위협으로 내모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안전 보다는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 논리 때문에 화재 피해가 커졌다고 밝힌 부분도 편협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결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큰 원인이 아니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을 따지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 범위에서 경제성과 편리성, 안전 등 여러 가지 가치를 잘 저울질하며 제품을 선택한다.
오의원의 주장대로 다른 어떤 것 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문제는 이 안전 문제가 제품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리의 허점이 있는 것이다.
안전 시스템을 사람이 제대로 관리 못해서 발생한 사고지 단열재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승용차의 사례를 들어 본다.
버스 나 트럭 등 대형 차량과 승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날 경우 일반적으로 승용차 탑승자의 인명 피해가 크다.
그렇다고 사고 시의 안전만 따져 승용차를 안 탈 수는 없다.
사고 날 경우 대형 차량에 비해 안전도가 낮더라도 편리성과 기타 효용의 가치가 이를 상쇄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다.
비약해서 안전만을 따진다면 자동차의 속도와 연비, 쾌적성, 도로사정은 생각하지 말고 사고 시 가장 인명 피해가 적은 장갑차를 평상시에 타야 한다는 궤변이 된다.
또 오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발의한 후 국토부와 소방청 등 관계 부처와 여러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단열재 생산업계와 전문가, 그리고 실지로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다.
유기단열재의 규제에 초점이 맞춰진 법안이라면 최소한 유기단열재의 필요성과 각각의 단열재에 대한 장단점을 놓고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 졌어야 했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6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을 통한 규제 시행을 반대한다”며 단열재의 실질적인 문제와 대처 방안 등에 대한 공개 토론회와 공청회 개최를 촉구하는 모습.
<의견 수렴 후 공동체의 이익과 선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로 다시 도출돼야>
이런 이유로 건축법 개정안은 다시 재고돼야 한다.
사회통념과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고 규제하는 것이 법이다.
목적하는 법 제정과 시행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 큰 틀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 시행 후 발생될 이익과 손해 측면을 잘 파악한 후 공동체 최대의 이익과 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본인이 최고의 선이라고 믿는 가치도 때로는 사회적 오류에 빠질 수가 있다.
자신만의 경험에서 나온 철학과 이해가 자칫 공동체의 혼란을 야기 시킬 수도 있다.
수많은 이해 당사자가 직접 연관된 법안은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 소비자의 자문과 여론을 듣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오의원은 지금이라도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어 이번 건축법 개정안이 진정 국민 다수와 공동체를 만족시키는 법안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이번 개정안을 놓고 중소기업이 태반인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생산 업계에서는 결국 대기업의 특정 제품만 사용 가능하게 만든 일방적인 법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단열재를 만들었다면 이런 상황이 쉽게 만들어지지 못했을 거라는 그들의 의문에 시원한 설명이 필요하다.
오의원은 분명 정의와 공정성을 지닌 순수한 목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한 건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법 과정상의 문제가 지적됐으며 내려진 결론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개정법안을 여러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다시 논의해 볼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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