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단열재 규제 조치 문대통령 추진하는 그린뉴딜 역행

단열 / 이승범 기자 / 2020-07-20 11:21:33
중소기업 생존 안중에 없고 대기업 논리대로 정책에 반영한 결과
특정 단열재 제품만 사용케 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의 자유 침해하는 것
단열재는 원래의 목적에 맞도록 사용해야, 교통사고 났으니 장갑차 타라는 논리
시장경제 원리 부정, 규제안 문제점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야

[에너지단열경제]이승범 기자 

국토부가 화재 사고 예방을 위해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인 단열재 규제 조치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이천 화재 사고가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불티가 창고 내부 우레탄폼에 옮겨 붙어 원인이 됐다는 이유로, 내부 단열재까지 난연 이상으로 규제하고 샌드위치 패널의 심재는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를 배제하고 그라스 울 등 무기단열재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술 더 떠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국회의원은 모든 단열재를 준불연 이상으로 강화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단열재의 효용이나 실체적 진실을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은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불을 나게 하고 사고를 키우는 것이 가연성 단열재라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여타 언론이 그대로 받아서 써준 효과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나 국민들이 단열재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면 보여주기 식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임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의 생존은 안중에도 없고 대기업의 홍보와 논리대로 정책에 반영한 결과라는 것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있는 큰 축의 하나로 그린뉴딜 정책을 표방했다.
그린 뉴딜은 말 그대로 환경과 공유하면서 경제 발전과 일자리를 창출시킬 수 있는 곳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로 불리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단열 등을 통한 에너지 절감을 통해 파리 기후협약에서 약속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등을 줄여 친환경 국가의 틀을 잡아간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채취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이산화탄소는 물론 미세먼지 등 각종 발암물질을 양산하는 석유,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태양광을 비롯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에너지 절감이중요한 이유다.
에너지 전환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우선은 화석연료를 통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에너지를 절감해 에너지 생산을 줄여야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효율적인 대책 가운데 하나가 단열이다.
단열의 효과는 단순하게 적용해도 금액으로 20조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내 건축물에서 냉난방비 등으로 사용되는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20% 가까이 된다.
건축물 단열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절반을 줄일 경우 석유 등 화석연료 수입의 10%인 20조원을 절감하게 된다.
당연히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발생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그린뉴딜의 세부 사안의 하나로 그린리모델링이 포함돼 있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이나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단열재 보강 등을 통해 에너지 누수를 막는 정책이다.
우선 공공분야에 집중하고 단독주택이나 다가구 주택 등 민간부문은 이자 지원을 통해 단열 성능을 개선시켜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그린 뉴딜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단열을 통해 에너지 절감임에도 불구하고, 이천 화재 이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단열재 규제안은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체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한 후 결론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단순하게 불에 강한 단열재만 사용토록 조치했다.
원료 생산부터 사용, 폐기까지의 과정에서 에너지 절감은 물론 친환경적인면은 전혀 고려하지 못한 대책으로 그린뉴딜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시장 규모가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샌드위치 패널에 2022년부터는 특정 제품인 그라스 울 등만을 심재로 사용케 한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라스 울이 화재에는 강하나 폐기상의 문제점과 비용 대비 단열의 성능 등에는 유기단열재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기업 제품이라 장단점은 따져 보지도 않고 무조건 사용케 한다는 뜻인지 납득할 수 없다.
환경과 건강, 효용성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너무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84명이다.
미세먼지(WHO 2018년 통계)로 인한 사망자는 1만5825명이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3349명이었다.
이 같은 수치를 제시한 것이 단순하게 화재 사망자 수가 생각 보다 적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책을 지적하고자 수치를 내놓았다.
즉, 화재처럼 눈에 보이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국민들이 크게 인식하고 있으나, 보편화된 교통사고나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에 대해서는 크게 경각심이 없다.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나오는 미세먼지 등의 발암물질에 의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얻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화재 예방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화석연료를 태우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 등의 각종 폐해 방지는 더 중요하다.
덧붙여 지난해 화재 원인을 보면 부주의가 50.3%으로 절반이 넘고 전기적 요인이 23.4%, 기계적 요인이 10%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대다수 화재의 원인이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난연 이하 단열재의 사용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화재 사망자 수 보다 10배가 훨씬 넘는 3349명이나 된 만큼, 사고 예방을 위해 자동차를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나 별반 차이가 없게 보인다.
자동차의 원래 목적은 운송 수단이다.
목적지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도달하게 하는 것이 자동차가 해야 할 역할이다.
소비자는 본인이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비용 내에서 현실에 맞는 효율성을 고려해 다양한 차종 가운데 선택을 한다.
사고만 걱정해 안전에만 목적을 두면 기동성과 편의성, 경제성은 배제하고 장갑차 수준의 자동차를 선택해야 한다. 

단열재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목적은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단열이다.
즉, 단열의 성능이 단열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며 시공 편의성과 경제성 또한 중요하다.
여기에 화재에도 강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조건을 갖추기는 어렵다.
소비자는 단열 기능과 경제성, 화재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공 현장과 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선택하면 된다.
정부가 특정 제품의 사용 유무에 관여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식으로 허가 받은 제품 가운데 정확한 조사나 감시를 통해 가짜나 사기 제품을 색출해 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이다.
덧붙여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건축물 에너지 절감의 근간인 단열재의 제품별 장단점을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은 마다하면서 화재 발생했다고 단열재만 규제하는 것은 소비자와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는 한편, 중소기업 단열재 종사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모든 제품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소비자가 효용성을 따져 선택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를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 규제하는 것은 독재시대나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조치다.
원래의 목적과 효용이라는 기본가치를 배제하면서 지엽적인 문제로 전체를 규제하는 것은 타당한 정책이 아니다.
화재 사고 이후 내놓은 대책이 논리의 문제점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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